1박2일이 야심차게 시도한 다큐는 절반의 성공으로 3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누가 보더라도 다큐 1박2일의 숨은 의도는 김종민과 MC몽 감싸기였다. 급기야 강호동은 “김종민 사태”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시청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잘 봐달라고. 그러나 신정환 도박사건과 겹쳐 터진 MC몽 병역기피로 인한 경찰의 불구속입건 방침은 다큐 1박2일에 예상치 못한 폭탄을 떨어뜨렸다.

MC몽에 대해서 최대한 끌어안고 가려던 제작진의 의도는 결국 12일 방송분에서 꺾이고 말았다. 본래 80분을 방영해야 하는 것을 15분을 줄였다. 물론 MC몽 부분을 잘라낸 결과다. 그러나 실제 잘라낸 분량은 15분이 훨씬 넘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번 주가 지리산 둘레길 탐사를 끝내는 의미도 있었겠지만 유난히 지난 방송을 재활용하는 부분이 많았다. 만일 MC몽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다큐 1박2일의 주인공은 완벽하게 MC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7분여밖에 나오지 않은 MC몽 분량에도 시청자는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다큐 1박2일의 조연 김종민도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MC몽 사태에 애먼 피해를 받게 됐다. 2주차까지 재미와 감동으로 잘 진행되던 1박2일 지리산 편 전체가 시청자의 불신을 받게 된 것이다. 다소 과한 점도 없지 않지만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오게 된 것은 MC몽 자신과 1박2일 제작진이라는 점에서 서운한 심정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1박2일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되다가 이번 지리산 편을 계기로 꼬리를 감췄는데 MC몽 사태로 인해 진정한 1박2일의 위기는 현실화됐다. 묘하게도 위기설은 김C의 자진하차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위기의 결정판이 된 지리산 편에 내레이터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이 모든 사태를 미리 알고나 있었던 것처럼 김C의 존재가 위기 속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다.

현재 1박2일이 처한 위기와 상처를 최대한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김C뿐이다. KBS가 내친 김제동과 함께라면 극적인 반전을 기할 수 있어 더욱 좋을 것이다. 김제동이 1박2일과 딱 어울려 보이지는 않지만 우선 MC몽이 가진 친화력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을 영입한다면 1박2일은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MC몽으로 추락한 도덕적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애초에 부당하게 내쫓은 김제동을 영입함으로써 원죄를 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김C나 김제동 모두 1박2일에 합류하는 것은 대단히 어색한 일이다. 김C는 하차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스스로 예능을 감당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을 때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C는 자신을 키워준 1박2일과 아직도 항상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팬을 위해서 말을 바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대로는 1박2일은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김제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썩 어울리는 것도 아니거니와 석연찮은 이유로 스타골든벨에서 퇴출된 바 있다.

13일 예능국장회의를 통해서 MC몽 하차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하지만 이미 12일 방영분을 들어낸 이상 결과는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게다가 아직 김종민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이다. 전진만 하겠다는 나름의 의지 표명까지는 보여주었으나 아직 결과는 미지수이다. 세상 일이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김종민의 갑작스런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13일 MC몽 하차가 결정된다면 이미 촬영된 두 편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긴급 제작이 필요한 시기다.

누가 됐건 오래 고민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김C의 컴백은 제작진이 목숨 걸고 성사시켜야 할 임무이다. 이번 다큐 1박2일을 시작할 때 새로 취임한 이동희 CP는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한 바 있다. 그 개혁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는 없으나 진짜 개혁은 제작진의 고집이 아니라 시청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낮은 자세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제작된 두 편에 인적개편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동희 CP의 개혁도 그다지 의미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1박2일 제작진은 이제 말로써가 아니라 정말 프로그램 접을 각오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당장은 개혁보다 우선하며 어떤 의미로는 그 자체가 개혁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야말로 버라이어티 정신이 필요하다. 얼음을 깨고 한겨울 입수를 보인 출연자들처럼 제작진 역시도 KBS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깨고 1박2일 구하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것이다. 1박2일을 구하지 못하면 제작진은 회사가 아니라 전 국민 30%의 시청자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위기의 뒷장에는 기회가 써져 있다고 한다. 현재 위기의 이면을 읽을 줄 아는 지혜가 있다면 1박2일의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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