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구글·페이스북·애플·유튜브 등의 해외 ICT 기업에 최소 4000억 원의 부가가치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외 ICT기업의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과세 방안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해외 ICT 기업이 한국에 내는 부가가치세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논란의 구글세, 해외사업자 세금 제대로 내고 있나?’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방효창 두원공과대 교수는 “해외 ICT 기업은 무형자산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지만 현행 조세체계로는 과세 대상을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방 교수는 “적어도 부가가치세 4000억 원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4000억 원의 근거는 유럽연합이 해외 ICT 기업에 부과한 부가가치세 금액이다. EU는 2015년 해외 ICT 기업에 30억 유로의 부가가치세를 거둬들였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4조 원이며, 한국의 경제 규모가 EU의 10%임을 고려했을 시 약 4000억 원의 부가가치세로 환산된다. 방효창 교수는 “실제 2017년 해외 ICT 사업자의 모바일·PC 매출액을 두고 계산을 해도 4000억 원의 부가가치세가 나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ICT 기업에 대한 적절한 과세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7 대한민국무선인터넷산업현황’에 따르면 구글 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4조 8810억으로 추산되지만 납부한 세금은 200억 원 수준이다. 4조6785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4231억 원을 법인세로 낸 네이버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과세를 위한 법적 장치도 미비하다. 앞서 2015년 정부는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전자적 용역 거래(게임, 음악, 동영상 파일 또는 소프트웨어 등 저작물)를 하는 해외사업자에게 간편사업자등록을 하고 매출액의 10%를 부가가치세로 내도록 했다. 하지만 해외사업자가 간편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거나 부가가치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도 특별한 제재수단이 없다.

이에 대해 방효창 교수는 “공평한 과세 징수를 위해 부가가치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방 교수가 밝힌 부가가치세법 개정 방향은 ▲해외 ICT 기업의 간편사업자등록 권고 및 부가가치세 납부 내역 공개 ▲‘용역의 수입’을 부가가치세 대상에 추가 등이다.

방효창 교수는 “일본은 해외 ICT 기업의 매출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한국은 특별한 기준이 없다”면서 “과세 당국의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효창 두원공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실제 유럽연합은 2015년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간편사업자등록 제도를 도입하고 해외 ICT 기업에 30억 유로(약 3조9000억 원)를 거둬들였다. 또한 회원국에 등록된 법인이 없더라도 온라인 사업으로 700만 유로 이상의 수익을 올리거나 1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있는 기업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전자적 용역 매출이 1천만엔 이상인 기업에 사업자등록을 강제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내역 공개도 주장했다. 방효창 교수는 “해외 ICT 기업이 간편사업자등록을 하고 납부한 부가가치세를 공개해 달라고 국세청에 요청했지만, 답을 듣진 못했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역의 수입’을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해외사업자의 ‘재화의 공급·수입, 용역의 공급’은 과세 대상이지만 용역의 수입은 대상이 아니다. 즉 해외에서 수입되는 게임, 음성, 동영상 파일, 소프트웨어와 같은 저작물에는 부가가치세를 매길 수 없는 것이다.

방효창 교수는 “디지털콘텐츠의 수입은 과세 대상에서 빠져있다”면서 “세법개정을 통해 공정한 과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경제의 부가가치세 문제는 국내·국외 디지털 기업 사이의 조세 형평성 제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동일한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지만 내는 세금은 달라 형평성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EU는 시장이 크기 때문에 구글세나 막대한 벌금·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해도 해외 ICT 기업이 저항하거나 반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한국은 EU보다 시장이 좁다”면서 “국력의 문제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정상 수석은 “또 한국에서 해외 ICT 기업에 제대로 된 세금을 내라고 한다면 모든 아시아권 국가가 들고 일어날 것”이라면서 “한국이 아시아권에서 표준이 되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은 자기들에게 불리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라고 풀이했다. 안 수석은 “정부가 최소한 정상적인 세금을 부과하고 국내·외 기업 간의 불균형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좌)과 박준영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 사무관(우)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박준영 사무관은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가)다른 나라에 비교해 너무 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관은 “부가가치세 납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있는데 체계의 문제고 국제적으로 다 고민하는 지점이 있다”면서 “향후 실효성 있게 부가가치세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영선·김성수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좌장은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가, 발제는 방효창 두원공과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정홍 기획재정부 국제조세제도과 과장·박준영 기획재정부 부가가치세제과 사무관·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안창남 강남대학교 교수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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