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한 명 퇴장이 이렇게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던 한 판이었습니다. 시즌 초반 1승 2무 무패를 달리며 지난 해와 완전히 다른 행보를 보여줬던 볼턴 원더러스가 201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아스널전에서 후반 19분, 게리 케이힐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4로 대패해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거친 태클로 인한 케이힐의 퇴장으로 완전히 전열이 무너졌던 볼턴은 모처럼 잡은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하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블루 드래곤' 이청용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비록 후반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빅4로 불리는 팀을 상대로 부지런히 움직이고 날카로운 플레이를 선보이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전반 44분, 요한 엘만더의 헤딩골을 돕는 날카로운 크로스와 돌파 능력으로 아스널을 잠시 패닉에 빠지게 만들며 볼튼의 핵심 공격 자원임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 이청용선수ⓒ연합뉴스
이틀 전, 볼턴과의 재계약 문제가 완전히 해결돼 마음 편한 상태에서 경기에 나선 이청용은 전반 초반부터 활발한 몸놀림을 선보이며 공격 기회를 엿봤습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지만 중앙, 왼쪽을 스위칭하면서 폭넓은 움직임을 선보이며 아스널의 수비를 허물어뜨리는데 선봉장 역할을 했습니다. 수비에서도 재빨리 내려와 자리를 잡고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능력을 보여줬고, 때로는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역할이 바뀌어 침투해 들어가는 플레이도 몇 차례 시도하는 등 이청용 특유의 장점을 활용한 모습도 있었습니다.

지난 해와 다르게 보다 타이트해진 견제를 받고 경기를 펼쳤던 이청용이었지만 그는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습니다. 전반 44분, 선제골을 넣었던 아스널의 로랑 코시엘니의 백패스를 재빨리 가로채 특유의 스피드를 활용해서 골키퍼 알무니아까지 제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골문 근처 왼쪽 측면에서 슈팅까지 시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각이 너무 없었고 이청용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래도 이청용은 침착하고 대담했습니다. 곧바로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가던 엘만더를 보고 아주 정교하게 크로스를 올려주면서 엘만더의 머리에 정확히 갖다 맞히면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소 급하게 볼처리를 했거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였다면 그 상황에서 바로 슈팅을 했을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청용의 '축구 지능'이 돋보이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사실 시즌 개막 후 4경기 연속 치르면서 이청용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상대 집중 견제 속에서도 어떻게든 한 번 기회를 살리면 뭔가를 보여주는 능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점입니다. 볼턴 내에서 '올해의 선수'로 뽑혔을 만큼 볼턴의 에이스라는 것을 많은 팀들이 잘 알게 돼 지난 해보다도 더욱 타이트해진 수비를 받으며 경기를 펼쳐야 했던 이청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빠른 스피드와 측면 움직임을 활용한 크로스로 4경기에서 벌써 2도움을 기록하며 진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쟁자가 사실상 없을 만큼 탄탄한 입지가 돋보이다보니 그만큼 감독의 신뢰도 대단하고, 그렇게 많은 기회를 얻으면서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나는 플레이가 묻어나기까지 한 이청용은 확실히 더욱 좋아진 모습으로 올 시즌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도 패널티킥 유도로 1개의 도움을 기록했던 좋은 기억이 있는 아스널에게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며, 빅4를 상대해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스널전에서 1-4로 대패했지만 볼턴은 지난해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중위권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질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난해 오언 코일 감독이 중간에 합류해 자신의 축구를 팀 선수들에 투영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이식시키는 데 성공하며 비교적 괜찮은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그 가운데는 바로 창의적인 플레이, 성실한 모습이 인상적인 이청용이 있습니다. 이런 모습에 반해 구단주까지 나서 이청용의 계약을 성사시키려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어쨌든 지난해 데뷔 무대에서 5골-8도움, 13개 공격포인트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웠던 이청용이 '2년차 징크스는 없다'는 식으로 상승세를 타고 볼턴의 핵심멤버로서의 입지를 완전히 굳히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을 초반에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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