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김태호 PD가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려놓고 그것을 계속 봤다는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WM7 피날레 장면이었음을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마지막 3경기 아니 지난 1년간의 WM7 여정을 마무리짓는 유재석의 고공기술은 레프리 하하의 카운트를 시작하게 했고, 마침내 기나긴 WM7은 종지부를 찍었다. 하하의 카운트가 끝나자마자 유재석이 정형돈을 껴안는 장면이었다.

봅슬레이 이후 최고의 감동이었다는 극찬이 이어졌다. 그러나 봅슬레이 때는 없었던 것이 이번 WM7에는 있었다. 바로 프로 레슬링계의 차갑고도 따가운 반응이었다. 급기야 경기 당일 한 언론에 의해서 무한도전은 오히려 프로레슬링을 우롱했다는 폭탄까지 맞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기사로 인해 오히려 반대의 후폭풍이 불었지만 정작 1년간 땀을 쏟아 부었던 PD와 연기자들의 심정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것이다.

그뿐 아니었다. WM7은 무한도전 멤버들을 우열반으로 극명하게 나누게 했다. 결국 WM7은 세 뚱보 중 두 명에게 최고의 감동과 찬사를 가져다주었고, 다른 한 뚱보에게는 비겁자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했다. 앞의 두 뚱보는 당연히 정준하와 정형돈이고 뒤는 길이다. 레슬링은 봅슬레이처럼 기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모든 효과를 내야 하기에 체중이 많이 나가는 이들 셋이 가장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정준하, 정형돈 정브라더스와는 달리 길은 소극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시청자들 원성을 한 몸에 받았다. 거기에 PD는 무리수라는 케릭터를 만들어 길을 포장하고자 했지만 그리 큰 효과를 얻진 못했다. 무리수는 길을 케릭터화 하기에는 너무도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WM7 피날레의 가슴 뭉클한 감동은 지난 시간 동안 쌓였던 이런저런 감정들을 모두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이어진 박명수의 록 페스티벌 특집은 WM7의 감동을 냉각시켜 버렸다.

프로젝트와 이벤트 그 현격한 차이

무한도전은 WM7의 무한감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록 페스티벌 특집을 곧바로 내보냈다. 방영 전부터 박명수의 무리수로 시끌벅적했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불안한 이벤트였다. 사실 박명수의 깨방정으로 규정지어진 지산 록 페스티벌은 꼭 박명수만을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기획단계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산 록 페스티벌 박명수 단독 콘서트는 프로젝트와 이벤트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결과였다고 말할 수 있다. 둘 간의 차이는 준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결과를 놓고 말하면 박명수는 모두 잘못했다. 애초에 게릴라 콘서트를 기획했던 것을 먼저 깨버렸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보다 더 잘못한 것은 콘서트 당일까지 준비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나쁜 것은 PD도 안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록 페스티벌 자체가 박명수가 빠진 함정이라는 음모(?)설도 제기되고 있는데, 그것까지야 알 수 없지만 록 페스티벌 특집이 전체적으로 민폐였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5천명이 모일 거라 예상 혹은 기대했던 박명수의 생각은 처절하게 빗나갔다. 고작 400명 정도 모아놓고 초라한 콘서트를 하게 됐다. 그러나 400명 아니라 4명만 왔더라도 지산 박명수 콘서트는 함량미달이다. 하다못해 콘서트 큐시트를 공연 2시간 전에 짜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것이 박명수 잘못이냐면 그렇지는 않다. 무대 위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모두 박명수의 잘못이지만 그 외 공연 자체의 준비는 모두 연출의 책임이다.

스포일러하고도 4백명, 지산 콘서트는 자살기획

지산 록 페스티벌 박명수 콘서트가 욕먹는 것은 사람이 적게 와서가 아니다. 그런데 방송을 보면 마치 모든 것이 박명수의 깨방정과 태만한 준비로 망가진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게릴라 콘서트를 록 페스티벌 장소로 잡은 것 자체가 관중을 모으지 않겠다는 의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했다면 5천명 관중은 아무 문제없이 모였을 것이다. 그러나 록에 미쳐서 텐트 쳐놓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예능 스타의 뻔한 무대에 관심이 갈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몰랐을 제작진도 아닐 것이다.

박명수 콘서트 논란의 핵심은 게릴라 여부가 아니라 콘서트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점이다. 스포일러를 흘리고도 4백명인데 아니었으면 얼마나 모였겠냐는 강력한 경고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렇게 준비하지 않고 만든 무대에 쏟아질 비난을 김태호PD가 모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박명수 지산 콘서트는 자살기획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를 두고 WM7으로 쏟아질 찬사가 부담스러워 일부로 편성했다는 추측도 있다. 나름 일리가 있다. 그것이 겸손해서 그럴 수도 있고, 기대치를 조절하기 위한 기술을 발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하다. 지산 콘서트로 박명수가 죽일 놈이 되는 것을 김태호PD는 알고 있었다. 그 이유를 박명수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지산 특집 이전에 김태호 PD는 욕먹을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박명수를 욕먹게 했다. 다만 그 목적이 박명수의 하차라는 말초적 판단은 절대 금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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