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야구는 축구와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포털 야구 기사는 많은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는다. 자연스럽게 기사를 작성한 기자도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공인구 문제, 네이버 스포츠 메인 배치 문제 등을 파헤친 박동희 기자, 깊이있는 메이저리그 칼럼으로 알려진 김형준 칼럼니스트 등은 야구계의 유명인사다.

최근에는 한 기자가 하루에 수십 건의 야구 기사를 양산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김영석 국민일보 온라인뉴스부 선임기자다. 김 기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기사를 작성하는 것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다. 김 기자는 국민일보에서 정치부, 사회부, 국제부 등을 두루 거치고 정치부장, 디지털뉴스센터 체육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낸 베테랑 기자다.

▲김영석 기자가 작성한 야구기사. (사진=네이버 캡처)

일반적으로 대량의 기사를 생산하면 기사의 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관심을 끌기 위한 자극적 제목이나, 문법적 문제점, 부실한 내용의 질 낮은 기사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하루에 기자 한 명이 수십 건의 기사를 양산하는 어뷰징 기사들을 살펴보면 자극적이고 빈약한 정보에 고개를 젓게 한다.

그러나 김 기자의 야구 기사는 기사가 갖춰야 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 김 기자는 스탯부터 상대전적 등을 활용해 다양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일부 '우라까이(베껴쓰기를 지칭하는 은어)'의 흔적이 간혹 발견되기는 하지만, 클릭수를 끌어내기 위한 어뷰징 기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내용을 차용하는 것과 자극적인 클릭 유도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김 기자가 대량의 기사 생산으로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총선 기간동안 기자들 사이에서는 K일보 정치부장 K씨에 대한 '찌라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K부장이 "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온라인 이슈성 기사는 내가 처리할테니 현장에서 하나라도 더 취재하라"고 후배들에게 독려했다는 내용이다. K부장이 바로 김 기자다. 실제로 당시 기사를 검색해보면 김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하루 평균 수십 건에 달한다.

처음에는 한 기자가 대량의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던 네티즌들도 분위기가 바뀌는 모양새다. 김 기자의 기사에 응원하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퇴근하라", "갇혀있는 거냐"는 걱정투의 댓글부터, "이제부터 우리형은 호날두가 아니라 영석이형이다" 등의 농담섞인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네티즌들이 직접 작성하는 '나무위키' 인물에는 김 기자를 "압도적 물량으로 네이버 야구 뉴스계의 스타로 떠오르는 인물"이라고 적혀있다. 네티즌들은 "기사 생산 속도나 송고량이 도무지 정상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지경이므로 실체에 대해 의문이 폭증하고 있다"며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일보가 AI 기사를 김 기자의 이름으로 송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종합일간지의 야구 취재는 통상적으로 다섯 경기가 열리는 구장 중 하나의 구장을 방문하거나, KBO를 출입하면서 이뤄진다. KBO에서는 5경기의 화면을 제공하는 동시에 선수의 기록과 같은 정보를 빠른 시간 내에 알 수 있다. 기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온라인팀에서 작성하는 기사는 회사에서 내근을 하면서 작성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의 의문에 대해 종합일간지 체육부장을 지낸 한 전직 기자 A씨는 "국민일보에서 각 부서를 거치고 정치부장까지 지낸 정도의 커리어를 갖춘 기자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스는 김 기자와 전화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직접 통화할 수는 없었다. 김 기자는 회사를 통해 인터뷰 사양 의사를 정중히 밝혀왔다.

하지만 이처럼 기사를 양산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올바른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흥미거리 위주의 기사가 양산되는 것은 조회수를 노린 것으로 현재 인터넷 환경에서 흔한 일이다. 각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온라인뉴스부, 디지털뉴스부와 같은 부서를 강화하는 이유다. 그러나 한 기자가 많은 기사를 쓰다보면 취재에 소홀하게 되고, 타사의 기사를 베끼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실제로 김 기자의 기사에서 타사 이메일 주소가 적힌 사례가 발견돼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사를 하루에 수십 건을 썼다고 해서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1편의 기사라도 깊이 있고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쓰는 게 저널리즘의 가치"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찍어내듯이 기사를 쓰는 것은 바람직한 저널리즘의 태도는 아니다"며 "많이 쓰는 것보다 얼마나 가치 있는 기사를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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