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몽과 다른 방송사의 입장에선 이번 MBC 뉴스의 MC몽 병역비리 관련 보도가 다분히 의도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야속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KBS의 1박2일, SBS의 하하몽쇼 같이 그의 신상 변화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과 존폐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민감한 문제를 안고 있던 다른 방송사들에게 MC몽의 병역 비리 혐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경찰의 수사 결과만 기다려야 했던 뜨거운 감자였으니까요. 그에 비래 상대적으로 MC몽의 신상 문제에 자유로운, 어쩌면 경쟁 방송사 프로그램에 치명타를 안겨줄 수 있는 MBC로서는 MC몽의 병역 연기에 관한 이번 보도가 별로 거리낄 것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었든, 정말로 숨은 꿍꿍이가 있었던 간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해당 보도의 정확성과 사실 여부, 그리고 정당성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그 속셈이 의심스럽고 야속하게 보인다고 해도 진실 그 자체가 호소하는 힘과 필요성을, 그리고 그 결과에 의해 공공의 이익이 보장된다면 그 명분을 도저히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MBC가 입수한 MC몽의 명확한 병역 기록에 근거한 정당한 방법. 그리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최근 사회적 분위기에 부합하는 사회 특권층인 연예인의 병역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면에서 이번 MBC의 보도에는 어떠한 흠결도 잡을 수 없어요.

게다가 보도 내용에 따르면 병역을 피하기 위해 애썼던 그의 행적은 그야말로 가관입니다. 7년간 병역 연기를 무려 7번이나 신청했었다는, 그것도 그 연기 사유에 촬영을 위한 해외여행이나, 일반적으로 병역연기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대학진학이나 직업훈련뿐만 아니라 가수로서도 예능활동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던 2005년과 2006년에 공무원 시험 응시라는 구차한 꼼수가 두 번이나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에요. 게다가 그런 연기 신청 와중에는 멀쩡하던 치아 상태가 7년 후에 갑자기 병역면제 수준으로 치료되었다는 사실은 그의 해명에 신빙성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그렇게 연기를 위해 발버둥치던 과거의 행적을 보면 도무지 신뢰가 안 간다는 말이죠.

그러니 다른 방송사의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경우는 다르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신정환에게 퇴출을 지시한 KBS는 더더욱 그렇죠. 신정환 역시도 여러 의혹과 문제제기가 있기는 하지만 확실한 사실 증명과 사법적인 판단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KBS는 방송 불참과 과거 행적에 대한 문제를 사유로 들며 모든 방송사 중에서 가장 빠르고 단호한 방송 퇴출이란 결정을 내렸습니다. 여기엔 깨끗한 방송 문화를 선도한다며 그동안 KBS가 견지했던 일련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마치 80년대 5공 시절을 보는 듯한 구태의연한 그들의 잣대가 과연 모두에게 공정하고 올바른 것인지의 여부는 의문입니다만 적어도 이번 MBC의 보도로 MC몽이 KBS가 그동안 줄기차게 내세웠던 명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되었어요. 아무리 필요에 따라 연기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MC몽의 병역 연기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의무를 의도적으로 회피해온 것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고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단호한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이유에요.

이제 불똥은 1박2일에게 떨어졌습니다. 이번 주 방송을 앞두고 있는, 3주간의 지리산 둘레길 특집의 가장 중요한 테마는 문제아 김종민과 MC몽에 대한 재신임이었거든요.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려도 늦지 않았을 텐데 너무 성급하고 섣부른 감싸 안기였다는 우려대로, 문제가 있고 여전히 적응을 못하지만 우선은 함께 간다는 그들의 면죄부 주기는 이번 보도로 치명타를 얻어맞았습니다. 설혹 KBS의 결정이 예외를 인정하는 편법으로 넘어간다 해도, 사람다움과 친근함, 지극히 선한 이미지를 앞세워 인기를 구가했던 1박2일로서는 이제 비호감과 불신의 늪에 빠진 MC몽과의 여행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왜 이렇게 개인 처신을 잘못해서 실망을 주며 낙마하고 퇴출당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재능을 뽐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많은 지망생들과 무명 연예인들이 꿈꾸지만 그 행복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그 위치를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거나 개인의 슬럼프 같은 어쩌면 안타까운 퇴보 때문이 아닌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그리고 상식적인 규칙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잃어버린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그들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에게나 엄청난 불행입니다. 자업자득. 에누리 없는 잔혹한 말이긴 하지만 이들의 잘못을 감싸안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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