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에이스의 선발 등판 경기에 1.5군급 타자들을 기용해 박종훈 감독이 승부욕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오늘은 경기 후반 납득할 수 없는 선수기용과 작전으로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포스트 시즌 진출이 물거품이 되었고, 리빌딩을 위해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할 수 있지만, 승리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박종훈 감독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4번 타자로 기용되어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부진했던 조인성 대신 7회말부터 서성종을 기용한 것은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2로 맞선 9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1군 투수들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으며 변화구에 취약한 서성종을 그대로 둔 것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안타 한 방이면 승리할 수 있는 기회에서 윤상균을 대타로 기용하지 않은 것은 박종훈 감독이 승부욕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10회말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미 2.2이닝을 던지며 29개의 투구수로 한계 투구 수에 근접한 이동현을 10회말에도 마운드에 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동현은 김상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결승 득점이 되는 주자를 출루시켰습니다. 연장전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이 김상수에게는 없으니, (김상수는 데뷔 후 2시즌 동안 홈런이 없습니다.) 안타를 맞더라도 승부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동현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을 보면, 10회말에는 이동현을 올리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1사 2루에서 조동찬을 상대로 두 번이나 정면 승부를 지시한 것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어차피 안타를 허용하면 경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4타수 2안타로 호조인 조동찬을 걸러 1루를 채우고, 1사 1, 2루에서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박한이를 상대로 병살타를 유도하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조동찬을 상대로 정면 승부하다 폭투가 나와 1사 3루가 되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폭투였지만, 포일과 다름없었던 서성종의 잘못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조동찬과 박한이를 거르며 만루 작전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당연했는데, 폭투 직후 김광수는 조동찬을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다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이미 안지만과 권혁이 소모되었고, 10회초에 등판한 정현욱도 10회말 대타 강봉규로 교체되어 11회초부터는 비교적 만만한 삼성의 투수들을 상대하며 연장전 승리를 넘볼 수 있었는데, 10회말 박종훈 감독의 경기 운영은 11회초 공격과 LG의 승리를 원하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과연 박종훈 감독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선수들에게도 면죄부를 줄 수 없습니다. 홈런 1개 포함 10안타와 5사사구, 2개의 상대 실책을 묶어 고작 2득점에 그쳤다는 것은 극도로 비효율적인 공격이었다는 의미입니다. LG는 1회초부터 10회초까지 매회 주자가 출루했지만 진루타가 나온 것은 3회초 1사 1루에서 박용택의 1루 땅볼 외에는 전무했습니다. 진루타가 수반되지 않으면 3안타로도 득점에 실패할 수 있지만, (LG 선수들의 둔한 주루 센스와 느린 주력을 감안하면 득점 실패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진루타가 수반되면 2안타로도 충분히 득점할 수 있습니다. 진루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타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타석에 들어서며 희생을 모르는 이기적인 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이기적인 LG 타자들의 성향을 극적으로 드러낸 것은 8회초 무사 1루에서 정성훈이 희생 번트를 병살타로 둔갑시킨 장면이었습니다. 정성훈 하나의 플레이에서 두 가지 잘못을 범했습니다. 첫째, 희생 번트는 최대한 타구의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번트 타구의 속도가 빨라 선행 주자 이진영을 횡사시켰습니다. 둘째, 타자는 모름지기 타격 이후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하는데, 정성훈은 번트를 시도한 후 송구가 1루로만 향할 것이라 지레짐작해 천천히 뛰다 1루 주자 뿐만 아니라 자신도 아웃되는 병살타로 만들었습니다. 정성훈의 병살타 직후 이병규의 솔로 홈런이 터졌으니,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병살타만 되지 않았다면 이병규의 홈런은 역전타가 되었을 것이고, LG는 역전승을 거뒀을 지도 모릅니다.

승부욕을 상실한 감독과 이기적인 선수들로 구성된 팀의 승리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무능한 감독과 이기적인 선수들이라는 최악의 궁합이 8년 간 LG의 가을 야구를 불가능하게 한 근본적인 요인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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