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필리핀에 가서는 몇 개의 프로그램을 통보도 없이 펑크 내 물의를 빚은 신정환에 대해서 그동안 도박설, 억류설 등이 정설로 굳어지나 싶더니 최측근이라는 사람의 발언을 인용해 8일 새로이 등장한 또 하나의 설은 입원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신정환 본인의 직접적인 해명이나 사실 확인이 없는 상태라서 그것조차 분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입원설을 흘린 것은 완곡하게나마 도박에 대한 심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정환(혹은 신정환을 옹호하는) 측의 의도는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좌절되는 분위기다. 필리핀 현지에 급파된 방송사 연예 프로그램 리포터가 신정환의 소재를 확인하지 못했고, KBS 스타골든벨이 신정환을 MC자리에서 퇴출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정황들은 외무부의 입원사실 확인으로도 신정환의 도박과 억류에 대한 관측을 덮지 못함을 뜻한다. 입원 자체도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워낙 뜨거운 이슈를 장악하려는 추측성 보도가 쏟아지는 때라서 보도를 무작정 신뢰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일단의 방송계 반응은 신정환의 도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는 것은 감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정환 측에서 흘러나온 입원사실은 또 다시 진실과 거짓의 줄타기를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정환 사건을 미리 알고라도 있었던 것처럼 공교롭게도 지난 5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사과와 변명 사이’라는 타이틀의 방송을 내보냈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개각의 도덕적 문제를 지적하기 위함이었지만 거기서 비교가 된 두 명의 연예인이 있었다. 바로 후배 여자 연기자 폭행사건으로 출연하던 드라마에서 중도하차하게 된 최철호와 노인 폭행 사건으로 결국 혐의 없음 판결을 받았던 최민수였다.

최철호는 사건 초기에 완강하게 잘못을 부인하다가 결국 결정적 증거에 의해 자백한 변명의 경우고, 최민수는 법원 판결 이전에 혐의 자체만으로 무조건 잘못했다고 대중 앞에 무릎을 꿇은 다른 경우로 비교가 됐다. 현재 신정환이 꼭 보고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다. 지금 신정환이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당장은 모면하고 넘어가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애먼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시도이다.

최근 가수 이루와 사귀었던 최희진의 진실공방은 결국 공방만 남고 진실은 가려진 채 대중의 분노만 사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터진 신정환 사건에 대해서 언론보도도 그렇지만 대중 역시도 도박에 대한 심증을 굳히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신정환이 당장은 몰라도 미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걸 수 있는 방법은 최철호가 아닌 최민수의 태도이다. 엎질러진 물을 쓸어 담을 길은 없다.

최민수는 법적으로 책임 질 일이 없음에도 가족과도 떨어져 산속에서 칩거를 하는 등 어쨌든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다시 대중에게로 돌아와 두 편의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런 최민수를 향해 대중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신정환은 이미 5년 전 도박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고 불과 두 달 전 도박 빚과 관련한 사기혐의 피소도 있었다. 그래서 더욱 두렵고 불안하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최민수의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

가리고 싶은 사실일수록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신정환의 뒤늦은 입원사실이 앞서의 도박설, 억류설 그리고 통보 없는 방송 펑크들을 모두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신정환의 원정도박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보다도 먼저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대중 앞에 속임수 없는 진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공인된 자세이며, 그나마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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