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호한 도강우와 절체절명의 강권주

마지막 회까지 결말을 알 수 없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마지막 회, 마지막 씬까지 예측할 수 없었다. <보이스 2>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최종회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 불가능했던 결말에 대해 시청률이 답했다. 4%대로 시작했던 드라마가 12회 7%를 넘으며(7.086% 닐슨코리아 유료채널 기준)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시청률만이 아니다. 시즌 2를 폭주하던 방제수(권율 분)는 결국 잡혔지만 폭발 사고로 인한 주인공 강권주(이하나 분) 센터장의 안위와, 여전히 모호한 도강우(이진욱 분) 팀장의 정체성은 의문의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주인공의 캐릭터 변주와 보다 강력한 절대 악의 등장으로 시리즈를 이어가는 이른바 '미드'식 전개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모태구를 잊게 만들었던 두(?) 사이코패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시즌2>

댄디한 착장에 섹시하기까지 한 외모, 타인의 죽음 앞에서도 한없이 나른한 태도, 그런데 거침없이 휘두르는 쇠공. <보이스 1>의 모태구를 이 정도로 정의하면 될까? <보이스1>이 마무리될 때 과연 이보다 더한 악인이 등장할까 싶었다. 그런데, <보이스 2>가 시작되자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배안에서 가면을 쓴 악인은 하수인을 시켜 죽이는 것도 모자라 도강우의 동료 형사 신체 일부를 절단하여 곤충 채집처럼 수집한다. '고어(gore 혈액 등으로 대표되는, 잔인성과 그에 따른 공포감 및 혐오감, 그리고 반사회성 등이 강조된 특정 계열의 속칭 및 총칭)'의 단계가 버전업되었다.

거기에 더해 살인마는 스스로 새로운 악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곤충 동호회 '닥터 파브르'를 중심으로 자신과 같은 사이코패스들을 규합한다. 그래서 들키면 청산가리를 삼키고, 경찰에 자수했던 방제수의 도피를 위해 형사인 자신의 목숨조차 기꺼이 희생하는 하수인들을 규합한다. 심지어 알고 보니 1회부터 도강우 형사의 가장 최측근으로 활약했던 곽독기(안세하 분)마저 방제수의 오랜 친구였다는 식이다. 사이코패스가 지배하는 '언더 월드'의 구축이다.

하지만 <보이스 2>을 이끈 건 이 자신이 죽인 희생자의 신체를 별 모양 상자에 모아 수집하는 방제수나, 그의 영도를 기꺼이 따르는 사이코패스 신도들만이 아니다. 정작 시즌2를 통해 시청자들을 가장 혼돈스럽게 한 건 과연 도강우 형사가 사이코패스인가라는 의혹어린 질문이다. 방제수와 그를 따르는 무리들이 폭주할수록, 그 폭주의 타깃이 '골든타임팀'이 될수록 도강우에 대한 의혹도 커져갔다. 그리고 그 의혹에 맞추어 도강우의 모호한 질주도 궤적이 흔들렸다. 강권주가 듣는 그의 목소리는 진실되었지만, 블랙아웃되는 그의 기억, 그리고 폭력적인 그의 행동들은 그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게 만들었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시즌2>

<보이스1>은 모태구라는 절대 악 사이코패스의 강렬한 존재와 그와 맞물리는 골든타임팀의 실시간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갔다. 거기에 '소머즈급'으로 듣는 능력이 극대화된 골든타임팀과 팀장 강권주의 사연과 활약, 그들과 손을 맞춘 무진혁(장혁 분)의 사연과 거침없는 수사가 합을 맞췄다.

시즌2는 이런 시즌 1의 기조를 새롭게 변주된 사이코패스 방제수를 통해 고스란히 이어받으며 절대 악 사이코패스에 의한 시즌의 장악이라는 <보이스> 시리즈의 통일성을 만들어 갔다. 거기에 도강우라는 의문의 형사 캐릭터를 더해 사이코패스물의 변주를 더했다. 시즌 1이 '카피캣'이라는 범죄 유형을 등장시켜 에피소드의 풍부함을 살려냈다면, 시즌2는 알고 보니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그 사이트와 관련이 있다는 '닥터 파브르'라는 곤충 동호회를 빙자한 사이코패스 사이트를 등장시켜 에피소드를 견인한다.

사이코패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시즌2>

<보이스 1> 모태구의 사례처럼 대부분 사이코패스를 악의 축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은 '날 때부터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가진 아이가 그 성향을 조장하는 ‘환경’을 통해 사이코패스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보이스 2>는 이런 관점에 조금은 다른 해석을 더한다.

성폭행을 통해 태어난 아이 방제수. 원치 않는 아이에 대해 엄마는 학대와 사랑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그런 엄마의 애증은 고스란히 아이의 트라우마적 범죄로 이어진다. 아이, 방제수는 끓는 물로 학대를 당해 경찰에 구해져 보호시설에 갔으면서도 훗날 외려 그 경찰에 대해 보복을 할 정도로 엄마에 대해 집착적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죽은 엄마의 시체마저 보존할 정도로 그에게 엄마는 영원한 업이자, 절대적 사랑이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학대받고 외면 받던 방제수를 통해 사이코패스를 만든 건 성폭행 희생자를 경원시하고 터부시하는 ‘사회’라고 드라마는 결론짓는다.

하지만 사회가 방제수를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도록 방조했다고 해서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어릴 적 아버지의 범죄를 목격하고 적극 도왔다는 혐의를 받았던, 거기에 더해 시시때때로 폭력적 성향으로 사이코패스라 간주된 도강우를 통해, '기질'이 범죄를 합리화시킬 수 없다고 드라마는 말한다. 폭력적 성향으로 끊임없이 분노하면서도 결국 방제수에게 총을 쏘는 대신 그에게 수갑을 채우는 도강우를 통해, 드라마는 그간 사이코패스 드라마들이 내렸던 사회적 책임의 당위론에 '개인적 책임'의 무게를 더한다. 그저 다른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결국은 그 모든 것에 '선택'의 기회가 있음을 드라마는 밝힌다.

이렇게 <보이스 2>는 방제수와 도강우라는 두 사이코패스에 방점을 찍으며 <보이스1>과는 차별화된, 하지만 여전히 '사이코패스 범죄물'이라는 통일성을 지닌 시리즈로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하지만, 사이코패스적 캐릭터의 변주에 화려함을 더한 대신, 애초 <보이스>라는 제목에서처럼 초인적 듣는 능력에 기반 한 골든타임팀의 활약은 상대적으로 무뎌졌다.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 시즌2>

시즌 1에서는 강권주 센터장이 어떻게 남들과 다른 듣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능력을 인정받고 골든타임 팀의 형성 과정을 보여주며 <보이스>라는 제목에 걸맞은 시리즈의 특성을 잘 드러냈다. 물론 <보이스1>에서도 모태구라는 악의 축에 의존하여 진행된 드라마는 '악행'의 변주에 색채를 더하며 회차를 거듭했지만, 신선한 캐릭터 강권주나 폭주하는 무진혁의 파트너십은 그 무게중심이 흔들려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 시즌2에서 무진혁을 대신한 도강우마저 그 정체성에 의심을 더하며, 이어지는 방제수, 혹은 그가 관장하는 닥터 파브르와 관련된 일련의 범죄 과정에서 골든타임팀의 활약은 어쩐지 뒷북이다 싶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늘 강권주 팀장은 활약보다는 사건에 대한 해석과 설명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도강우의 선배이자, 그를 사이코패스라 단정했던 나홍수 팀장(유승목 분)의 맹목적인 의심도 '고구마'라 칭해지는 이런 경찰 팀의 무기력에 힘을 보탠다.

심지어 '듣는 능력자'인 강권주 팀장은 폭탄의 타이머 소리는 물론, 녹음기 소리와 어린 아이의 목소리마저 구분하지 못한 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며 시즌2를 마쳤다. 과연 강권주 팀장을 비롯한 골든타임팀은 더욱 강력해지는 악의 축에 대항하여 시즌3를 통해 다시금 부활할 수 있을까? 이 또한 <보이스 3>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톺아보기 http://5252-jh.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