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그렇게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다. 앞서가거나 뒤쫓거나 그것도 아니면 도태되느냐 그 모든 것은 결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시사도 재미있다;
다양한 형식의 시사 프로그램, 그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KBS가 의외의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주목 받고 있다. 아직 주목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몇몇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시도는 충분히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한다. 시사 프로그램이 주는 딱딱함을 버리고 다양한 형식으로 접근 방식을 달리 한 시도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오늘밤 김제동>을 시작으로 <도시전설>과 <회사 가기 싫어>는 각기 다른 형식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하나는 보이는 라디오와 같고, 다른 하나는 <무한도전>에서 자주 했던 추리 추적 형식을 차용했다. 여기에 모큐멘터리 형식까지 도입한 자유로운 시도가 반갑다.

드라마 역시 의외의 선택지로 변화를 예고했다. 비록 시청률이 아쉽기는 하지만 <오늘의 탐정>은 기존 KBS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 시도라는 점에서 반갑다. 지상파 방송에서 보기 힘든 장르적 실험은 대단한 도전일 수밖에 없다. 보수적인 편성을 하던 지상파에서 이 정도 파격을 선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KBS 1TV 시사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시사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비슷비슷한 시사 프로그램들 중 어떤 것을 보느냐는 시청자들의 판단이지만 이미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까지 나올 정도다. 시대가 변하며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유사한 내용을 반복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순간 가치는 하락한다.

KBS가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세 편의 프로그램은 시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늘밤 김제동>은 김제동을 앞세운 시사 프로그램이다. 김제동이 시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하느냐로 보수세력의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지난주부터 방송이 되었고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마치 보이는 라디오를 보는 듯한 형식을 취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반갑다.

비슷한 형식의 시사프로그램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각적 효과와 함께 인터뷰를 통해 그날그날 시사 문제를 김제동 특유의 감각으로 짚어내는 방식이 반갑다.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해 TV에서 매일 그날의 시사를 풀어내고 짚어낸다는 점에서 KBS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KBS 2TV 크로스미디어프로젝트 <도시전설>

<도시전설>은 언뜻 보면 그저 그런 심령사진을 앞세운 도시 괴담과 같은 느낌을 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건들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VR 체험을 하다 문제의 장소로 타임워프 해서 주워진 과제를 풀어내면 끝나는 형식이다.

주어진 과제들은 모두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회차마다 주제가 드러난다. 일제 강점기 아픔을 다시 확인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국가 권력에 의해 납치되어 강제노역을 해야만 했던 이들의 사연을 담았다. 지난 1982년까지 운영되었던 선감학원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과정과 그 뒤 실제 피해자들의 인터뷰 내용은 그 어떤 공포보다 끔찍했다.

걸그룹 멤버들을 앞세웠다는 이유로 <도시전설>을 외면했던 이들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듯하다. 기존 방식을 해체하고, 이를 통해 주제는 더욱 명확하게 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술적으로나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에서나 충분히 성공했다고 보인다.

VR 체험으로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연동한 부분도 기술적인 발전이다. 걸그룹 멤버들이 직접 본 VR 영상을 시청자들이 함께 본다는 것은 다른 형식의 인터랙티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무한도전>에서 특집으로 했었던 추리 방식이 보이기는 하지만 시사 프로그램의 외연 확장을 성공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전설>은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KBS 2TV 오피스 모큐멘터리 <회사 가기 싫어>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모큐멘터리 <회사 가기 싫어> 역시 파격적이다.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을 통해 우리 시대 직장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모큐멘터리는 이미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색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가기 싫어>는 이런 방식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잘 알고 사용하고 있다.

가상의 회사를 배경으로 다양한 통계와 실제 직장인들의 인터뷰를 더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풍성하고 밀도가 높다. 적당한 재미와 함께 우리 사회 직장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파격적이면서 대단한 성과로 다가온다.

딱딱한 보도도 아니고 꾸며진 이야기도 아닌, 그 중간에서 정보와 재미를 함께 준다는 점에서 <회사 가기 싫어>는 완성도 높은 시사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시사 정보들이 쏟아지고 이를 갈무리해서 전달하는 프로그램들도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너무 반갑다.

지난 정권에서의 KBS를 돌아보면 이런 파격적인 변화는 격세지감으로 다가온다. 같은 이야기라고 해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다. MBC가 여전히 고리타분함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과 큰 비교가 된다. 드라마뿐 아니라 시사와 예능까지 극단적으로 비교가 되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MBC의 시사 프로그램들 역시 정통성은 유지하고 있지만 의제 설정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분명 중요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지만 경쟁하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들에 뒤쳐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사한 의제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앞서가지 못하면 남들이 하지 못한 깊이를 제공해야 하는데 아직 둘 모두를 놓치고 있어 보인다. MBC의 아쉬움과 달리, KBS는 형식 파괴를 통해 새롭게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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