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근 집값 폭등 현상으로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고강도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주요 경제지들은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이 투기가 아닌 공급부족이라며 공급 확대 방안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강력한 부동산 종합대책에도 판교 신도시 등 공급확대 대책 실패 사례에 빗대어 볼 때 오히려 투기를 조장하게 돼 집값 폭등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한국경제는 '부동산 시장을 '제압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세제, 대출, 공급 분야를 망라한 대책이 예고돼 있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며 "정부가 여전히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을 ‘투기’로 보고, 부동산 시장을 ‘통제’와 ‘제압’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없는 공급 확대 방안도 서울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집값 불안은 시장이 요구하는 곳에 필요한 만큼 공급이 따르지 못하는 게 근본 원인"이라며 "서울에는 도시재생 이외에는 주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재개발·재건축,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의 규제를 풀고 용적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징벌적 세금 인상을 지양하고 수급 안정에 초점을 맞춘 ‘시장친화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연합뉴스)

매일경제는 12일 '매경 부동산 투자콘서트'를 주최하고 이날 콘서트에서 주택시장 분야 연사로 나선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의 발언을 중점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에 따르면 고 원장은 "서울은 최소 20년간 최고 유망 투자처로 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고 원장은 "만약 정부가 확실한 공급대책을 내놓는다면 집값 안정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대출규제나 세금을 더 걷는 정책 일색이라면 4~5년 후 서울은 또 다른 폭등, 급등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역설적으로 이른바 '서울 불패론'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매일경제는 13일 사설 '토지공개념까지 거론되는 과격한 부동산정책'에서도 "토지공개념에 근거한 과격한 정책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유재산권과 충돌할 수 있는 데다 약발은 먹히지 않고 시장만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을 상대하는 정책은 규제로 찍어 누르기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집값 폭등 상황과 정부의 대책은 과거 2006년 상황과 유사하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참여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신도시 조성 등의 내용이 담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강남과 분당을 기점으로 수도권 전역에 집값 폭등 조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정부 정책과 반대로 일부 강남 재건축단지 용적률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강남 집값이 요동쳤다. 또한 김대중 정부에서 강남 투기를 막겠다며 개발한 판교신도시는 오히려 주변 집값을 끌어올려 놓은 상황이었다. 이후 정부는 ‘11·3 대책’, ‘11·15 대책’ 등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다.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경우에도 투기로 돈 벌 수 없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라"며 "투기를 조장하는 공급확대를 철회하고 투기근절에 실패한 책임자를 교체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경실련은 "과거 판교, 위례 등 수많은 신도시가 주거안정에 기여하기는커녕 공기업, 건설사, 입주민들의 로또로 드러난 상황에서도 신도시 타령만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토지공공성 철학과 이를 실현할 정책을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재편하지 않는다면 부동산 광풍은 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3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떤 경우에도 투기로 돈 벌 수 없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경제정의신천시민연합)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팀장은 "정부가 불로소득을 환수할 보유세 개혁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여의도 개발이니 그린벨트 해소니 무책임한 공급확대책만 내놓으면서 집값 상승에 불을 지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지난 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도 "2005년 정부가 투기는 끝났다면서 8·31 대책을 발표했다. 그때 대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위례신도시 추가건설을 통한 공급확대책이었다"며 "그리고 1년 후에는 다시 송파, 김포, 파주 등 신도시에 대해 개발밀도와 용적률을 더 높여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신도시 계획 발표 후 오히려 주변지역 땅값이 상승했고 지금까지 집값 안정이 이루어진 효과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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