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IRU(Indefeasible Right of User). 일본의 SO가 지방자치단체와 체결하고 있는 계약으로 관계당사자의 합의가 없이는 파기하거나 종료할 수 없는 장기적인 사용권이라는 개념이다. 이 계약을 통해 일본의 지자체는 전송망을 설치 및 정비하고 일본의 지역 SO는 해당 전송망을 임대하여 케이블TV, 인터넷, 전화 등의 서비스를 실시한다.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계약이며 지자체와 SO의 관계이다.

일본에는 500 여 개(2016년 기준)의 SO가 존재하는데, J:COM과 같은 대규모의 도심형 MSO들은 대부분 자가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을 권역으로 하는 수백 개의 지역 중소 케이블 SO는 세대수가 적기 때문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인프라 설비투자까지 감당하면서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지자체가 케이블망을 깔고, 운영과 관련된 부분은 전문회사인 케이블TV가 담당하게 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설립초기부터 시작되었고,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지자체가 케이블TV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일본 남서부 지역의 SO인 츄카이TV의 경우, IRU 계약을 맺은 지역(다이센쵸, 남부쵸, 니치난쵸)은 평균적으로 가입자 1세대 당 1,200엔 정도를 지자체에 IRU 계약의 대가로 지불한다. 그러나 지자체가 망의 유지 및 보수와 관련하여 츄카이TV에게 재위탁하는 형식으로 대가를 지불하는데, 이것이 1세대 당 1,000엔 정도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츄카이TV가 가입자 1세대 당 지자체에 지불하는 대가는 200엔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방송·통신서비스 전반과 관련된 사항이나 새로운 기기교체에 관한 조언, 이용자의 서비스 내용(통신 속도의 향상, 이용료의 검토 등) 등에 대해 SO와 지자체가 상호 소통 및 합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지역 케이블TV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SO의 지역채널에 대한 활용도도 높아진다. 지역의회 생중계나 지자체의 정보, 공지사항, 재해 및 재난 소식과 경보 등도 지역채널을 통해 지역민에게 전달된다.

츄카이TV 지역채널의 지역민 참여 장면. 지역채널의 기획부터 출연, 촬영 등을 지역민들이 직접 수행하고 있다(AMAZON LATERNA 2018)

일본에서 SO에 대한 규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프로그램 내용상의 규제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권역, 설비규정, 소유지분, 인수합병이나 분할 등 케이블TV가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규제가 완화되었다. 지역채널의 수, 특정 뉴스 내용의 금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SO가 의무적으로 지역채널을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그러나 일본의 케이블TV 가운데, 지역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거의 없다. 지역의 고객으로부터 요금을 징수하여 운영하고 있는 케이블TV의 특성 상 지역채널로 대표되는 지역민에 대한 서비스는 기본적인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츄카이TV도 6개의 지역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인접 지역을 권역으로 하고 있는 톳토리현중앙유선방송과 니혼카이케이블네트워크 역시 각각 2개의 지역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복수의 지역채널을 운영하고 채널 수를 증가시키는 이유 역시 지역과 지역민에 대한 서비스 확대의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채널의 특징은 철저하게 지역밀착형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기획부터 소재, 배경, 촬영, 출연 등 제작의 거의 모든 부분을 지역에서 해결한다. 지역채널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도 비교적 긍정적이다. 일례로 2016년 지자체와 츄카이TV의 지역채널 가운데 하나인 다이센채널이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지역채널에 대한 만족도는 59%, 지역채널을 매일 시청하는 비율은 51%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 츄카이TV가 전문기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고객만족도는 77%로 조사되었으며, 케이블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도 ‘지역정보가 많아서’라는 응답이 43.1%로 2순위를 기록하였다.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미디어가 ‘서울로’, ‘전국으로’, ‘많은 곳으로’를 지향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중소 SO는 ‘우리 지역으로’, ‘보다 작은 지역단위로’, ‘더 작은 곳으로’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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