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리그 각 프로 팀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과 선수 차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핌 베어벡, 움베르트 쿠엘류 등 외국인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을 시절에는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여 이렇다 할 접점을 찾지 못했던 적이 많았고 전임 허정무 감독 시절에도 역시 이 문제 때문에 해외파로만 먼저 선수를 구성, 선수가 모자라 허정무 감독이 골키퍼로 나서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외국인 선수들 떄문에 각 구단들이 이 차출 문제로 더 골머리를 앓을 판입니다. 바로 어제 열린 A매치에도 이런 사실이 몇차례 증명되기도 했는데요. 주포 오르티코사가 일본과의 A매치 평가전 차출을 위해 파라과이 국가대표에 발탁되면서 순순히 내준 울산 현대는 제주에 1-2로 패해 결국 7위로 내려앉고 말았습니다. 또 강원의 바제와 인천의 싸비치 역시 마케도니아 국가대표에 발탁돼 유로2012 예선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을 갖고 골머리를 앓는다고 표현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기는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팀의 위상을 높이고, 나름대로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리그 전체를 통틀어 4-5명 정도가 '대표 출신'으로서 K-리그에 뛴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현역으로 대표팀을 뛰는 외국인 선수들이 늘면서 K-리그도 제대로 된 '월드 리그'를 꾸려나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 파라과이 국가대표에 발탁돼 일본전에 교체 출전한 울산 오르티고사 (흰 옷- 사진: 엑스포츠뉴스)
앞서 언급했던 선수들 외에도 K-리그에는 현역 국가대표급 외국인 선수들이 수두룩합니다. FC 서울의 주포 데얀은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공격수로 자주 대표팀에 차출된 바 있었고, 성남의 스타로 성장한 몰리나와 울산의 까르멜로는 콜롬비아 국가대표로 최근에도 많이 뛰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또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팀당 AFC(아시아축구연맹) 소속 선수들을 보유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겨 AFC 올해의 선수상 출신이자 우즈베키스탄의 핵심 선수인 세르베르 제파로프가 FC 서울에 임대 영입됐고, 현재는 부상중인 전북의 핵심 수비수 펑샤오팅 역시 중국의 국가대표 자원으로 자주 등장하는 선수입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살펴보면 이보다 훨씬 더 많아지는데요.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영입한 선수 가운데서는 '중국의 홍명보'로 불리며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주축 중앙 수비수로 뛴 바 있는 리웨이펑이 수원의 핵심 수비수로 제대로 자리매김하면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고, 얼마 전 임대 영입된 다카하라 나오히로 역시 일본 국가대표로 한동안 많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강원의 리춘유는 중국 올림픽 대표 출신이며, 지난 7월에 인천에 영입됐던 베크리치 역시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국가대표 출신으로 활약한 바 있던 선수였습니다.

▲ 두 명의 아시아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수원. 리웨이펑과 다카하라 모두 중국, 일본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물론 현재는 뛰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 가운데서도 국가대표 출신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통곡의 벽'으로 불렸던 전 수원 선수 마토는 크로아티아 대표로 활약한 바 있었고, 한일월드컵 이후 인천의 원년 멤버로 들어가 잠시 활약했던 터키의 알파이 외잘란도 나름 큰 주목을 받았던 선수였습니다. 또 전북과 울산에서 각각 뛴 바 있는 마그노와 마차도는 브라질 대표를 잠시 뛴 바 있었고, 수원의 간판 공격수였던 가비와 나드손 역시 각각 루마니아, 브라질 올림픽팀을 뛴 적이 있었습니다.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2002 월드컵에서 조국 역사상 첫 득점자로 기록돼 있는 시미로티치는 인천에서 2005년 몸을 담갔고, 루마니아 네아가 역시 전남에서 잠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또 K-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해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도 있었는데 '악동'으로 불렸던 라티노프 데니스, 오늘날 귀화해 이성남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 선수는 지난 2002년 러시아 대표로 잠시 발탁돼 월드컵 출전 꿈을 키운 바 있었습니다. 이들 외에도 K-리그를 잠시 거쳐 국가대표 출신의 명예를 걸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던 외국인 선수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주로 남미, 동유럽권에 있는 선수들만 발탁해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현재 K-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나름대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주목받지 못하는 곳에서 뭔가 진가를 보여주고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꿈을 이룬 선수들이 몇몇 있었는데요. 안양 LG에서 조광래 감독의 눈에 들어 바티스타라는 이름으로 지난 2003년 잠시 활약했던 이 선수는 그라피테라는 본명으로 훗날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과 팀 우승을 거머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마침내 그 어려운 브라질 대표팀까지 이름을 올리는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 수원에서 지난해까지 좋은 활약을 펼친 에두 역시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인생 역전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 더 큰 꿈을 향해 좋은 활약을 펼치듯이 우리나라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역시 새로운 꿈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들도 언젠가는 월드컵이나 대륙별 대회에서 우승 또는 돌풍의 주역으로 거듭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외국인 선수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 더 많이 국내에 들어온다면 K-리그는 진정한 월드 리그의 반열에 올라 세계적으로 '아시아 최고 리그'로 관심받고, 위상도 높아지는 리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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