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는 드라마가 살아 숨쉽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선수들은 엄청난 피와 땀을 흘리고, 어느 누구도 꾸밀 수 없는 진솔한 모습들이 많은 사람들을 웃고 울립니다. 그래서 스포츠를 통해 삶의 '희노애락'을 전부 느끼고, 이를 따라 가치있는 삶을 살아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스포츠는 감동을 이야기하고, 그야말로 살아 숨쉬는 '리얼 스토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리얼 스토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만큼 치열한 고통과 인내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 고통과 인내를 거쳐 마침내 승리자가 됐을 때 선수, 그리고 팀은 만인의 영웅이 됩니다.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운동 선수를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응원하는 것은 바로 그런 치열한 노력들에 진정한 쾌감과 감동, 나아가 최고 수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인문학자 한스 굼브레히트는 "일상 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매혹과 열정, 열광을 선물한다"면서 스포츠가 주는 독특한 매력을 한 마디로 예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스포츠를 통해 많은 주목을 받으려면 프로 세계에 뛰어들거나 아니면 올림픽을 통해 금메달을 따내야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운동 선수들 중에서 진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 그리고 종목은 한정돼 있고, 그렇지 않은 종목에 대해 우리는 '비인기 종목'이라는 틀을 만들어 평소에 이렇다 할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꿈이 있고 치열한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대회의 결과에 따라 '반짝 관심'을 받거나 아예 외면당하는 냉혹한 현실은 안타깝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깨뜨리기 위해 운동 선수가 아닌, 그것도 '평균 이하'라고 자칭하는 연예인들이 직접 나서 그들의 애환을 몸소 느끼고 매번 새로운 도전으로 스포츠의 '리얼 감동'을 실현해 내는 TV 프로그램이 5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MBC 무한도전이 그 주인공입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레슬링, 핸드볼, 체조 등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갖지 않은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을 찾아가 새로운 재미를 선사했는가 하면 봅슬레이, 댄스 스포츠, 에어로빅 등 많은 연습과 노력, 훈련이 필요한 종목들을 직접 경험해 웃음과 더불어 무한한 감동을 계속 해서 시청자들에게 선사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0년, 그들은 일반인 뿐 아니라 선수들도 하기 힘들다는 프로 레슬링에 도전해 좌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 앞에서 프로 수준의 자세로 멋진 경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 또 한 번 엄청난 감동을 전했습니다.

무한도전 WM7 (사진-MBC)

무한도전이 지난 5년간 말 그대로 정말 다양한 도전을 펼쳐 왔지만 스포츠 부문과 관련해 공통적으로 지향한 것은 바로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갖지 못했던 종목에 관심을 갖자였습니다. 이번에 다룬 프로 레슬링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인기 스포츠였지만 이종격투기 같은 투기 스포츠의 범람으로 점차 인기가 식어 현재는 이렇다 할 주목을 끌지 못하는 스포츠로 전락했습니다. 또 댄스 스포츠와 에어로빅은 동호회나 취미로 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직업 삼아 하는 선수들의 환경은 많이 열악한 게 현실이었고, 겨울 스포츠 종목인 봅슬레이는 국내에 경기장은커녕 스타트 훈련장, 장비 등 무한도전에 소개됐을 때까지만 해도 대단히 열악한 종목 가운데 하나로 늘 거론됐던 종목이었습니다. 그밖에도 새터민 여자 복서 최현미는 대전료가 없어 타이틀 매치도 제대로 펼치지 못할 뻔 했고, 여자 핸드볼은 평균 연령 30대 이상의 아줌마 선수들로 대부분 구성돼 힘겹게 올림픽 도전을 펼쳤으며, 레슬링, 체조, 육상 등은 세계적인 성적과 거리가 멀어 이렇다 할 주목도 받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종목들에 주목해 색다른 방식으로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힘을 실어주고 끊임없이 도전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려는 노력은 무한도전을 더욱 빛내게 하고, 또 우리 스포츠에도 새 바람과 활력소가 돼 왔습니다. 선수들 못지 않게 피와 땀을 흘리면서 최고는 되지 못해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으로 스포츠가 살아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무한도전은 일반 스포츠 경기 못지 않게 충분히 스포츠의 리얼리티를 통한 감동, 아름다움을 선사해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스포츠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재미까지 더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다보면 어느새 그 종목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커지게 되고, 발전에도 숨통을 트게 해 스포츠의 저변을 확대하는데도 큰 역할을 해 온 무한도전이기도 했습니다.

예능 TV 프로그램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스포츠를 사랑하고 또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때로는 무모하고, 무리하게 몸을 쓰면서 또 때로는 자존심 다 버리고 눈물, 콧물 다 흘리는 출연진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뭉클하고 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출연진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도전을 펼치고, 또 그 종목이 조금이라도 나은 관심을 받을 수 있게끔 응원하고픈 마음이 간절했기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나 하나가 조금이라도 희생하고 더 많이 뛰고 도전한다면 그동안 나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힘겹게 도전을 펼쳤음에도 관심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더 관심받을 수 있을 거라는 자세와 의지가 그들을 돋보이게 하고 나아가 스포츠가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체육계에 나름대로 지대한 공을 세웠는데도 아직까지 5년간 어떤 체육 관련 단체에서도 상 하나 주지 않은 것 보면 조금은 야박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무한도전은 우리 스포츠 저변을 확대하고, 많은 관심을 유발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펼치려 할 것입니다. 김태호 PD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경기가 끝나고 앞으로 이렇게 힘든 거 하지 말자고 하니까 유재석씨가 “더 힘들고 독한 거 해! 이런 거 할 날도 얼마 안 남았어!”라고 했다"면서 출연진의 희생정신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감동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출연진들 대부분이 몸 생각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도전 정신, 그리고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는 진정성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스포츠에 도전할 지 모르겠지만 변함없는 정신으로 색다른 모습을 발산해내며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무한도전 팀의 노력이 벌써부터 눈앞에 그려집니다. 그동안 비인기 스포츠의 관심을 위해 알게 모르게 헌신해 온 무한도전에 어쨌든 큰 박수와 격려를 보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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