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보면서 예능인이라는 것이 정말 쉽게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무한도전 WM7 특집은 마지막 3경기를 다음 주로 미뤄야 했다. 다소 늘어진다는 지적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WM7을 거의 3주 분량으로 늘리는 데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큰 이유는 WM7이 결코 장난이 아님을 역설키 위한 것이라 보인다. 전문 프로레슬러들로부터 흘러나왔던 WM7에 대한 직간접적인 비난과 냉소에 기술은 몰라도 레슬링에 임하는 무한도전의 자세가 프로 그 이상의 투혼과 절실함으로 똘똘 뭉쳤음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마침 벌어졌기 때문에 아마도 처음의 편집 방향에서 선회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를 맞아주는 멤버들에게 정준하는 “괜찮다”는 말만 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체중감량도 큰 원인이 됐을 정준하의 몸상태가 격렬한 운동을 할 만큼 정말 괜찮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또 어쩌겠는가. 진짜 프로레슬링이라면 누군가 대신해줄 사람도 있겠지만 무한도전은 아무도 대신해줄 사람이 없다. 그런 면에서는 무한도전 WM7이 프로레슬링이나 격투기 선수들보다도 더 처절한 입장에 놓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도 힘이 빠진 정준하는 자이언트 스윙을 하다가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정형돈의 화려한 기술이 곳곳에서 터져 나와 WM7의 레슬링 수준을 과시할 수 있었다. 아무리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무대 경험이 많지 않고, 더욱이 자신들의 기술과 동작 하나하나를 4천명의 관객이 일제히 쏟아내는 환호는 아마도 마약보다 더 강력하게 이들을 고무시켰을 것이다.
결국 1경기에 비해 레슬링보다는 콩트에 더 가까웠던 박명수, 길, 노홍철, 하하가 벌였던 돈가방 매치가 끝나고 3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정형돈은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연습 때부터 스네이크 초크에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1경기의 피날레를 장식해야 하는 것이어서 피할 수도 없는 기술이었고 그것이 정형돈에게 역시나 너무 큰 충격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과 손스타가 한 팀이 된 마지막 3경기에서 이 엉망진창이 된 두 뚱보는 링에 오르기 전까지 아팠던 기억들을 또 까맣게 잊고 온몸을 던져 연기할 것이다. 그렇게 연예인으로서 자신에게 환호하는 팬을 위해서 고통에러 아랑곳 않는 두 뚱보가 이토록 아름다운 남자들이었는지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이 날은 정준하, 정형돈 두 뚱보를 위한 하루였다. 비록 고통은 너무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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