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내내 홈은커녕 3루도 밟지 못하고, 얻어낸 안타의 개수보다 범한 실책의 개수가 많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이번 시즌 3승 11패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는 SK를 상대로 박종훈 감독과 선수들에게 그 어떤 승리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읽을 수 없었습니다.

선발 김광삼은 1회말 2사 후 연속으로 장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는데, SK를 상대로 초반에 실점할 경우 LG가 승리할 확률은 사실상 없습니다. 어제 넥센전 선발이 예고되었지만 경기장 사정으로 취소된 뒤, 등판이 하루 밀리며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지만, 높고 밋밋하게 들어오는 실투가 많았고, 이것이 통타당하며 패전을 자초했습니다. 타자에서 투수로 재전향한 올 시즌 목표라고 밝힌 100이닝을 오늘 경기에서 달성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 LG선발 김광삼 ⓒ연합뉴스

5회말 등판한 최성민은 더욱 실망스러웠습니다. 1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0.1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으로 4실점했는데, 오늘 경기 선발로 내정된 상태에서의 중간 등판이었으니 컨디션 조절에 큰 어려움은 없었을 상황이라 이해하기 힘든 난조였습니다. 특히 자신의 번트 수비 실책으로 2실점한 뒤, 무사 2루에서 박경완을 상대로 볼넷을 허용한 것이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6:0으로 벌어져 승부가 갈린 뒤에 내주는 볼넷이라는 점에서 어이없었습니다. 8월 28일 잠실 삼성전에서 5.2이닝 동안 8개의 볼넷을 내준 것이 패전의 화근이었음을 감안하면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박종훈 감독의 선수기용도 아쉽습니다. 최근 5경기에서 0.211로 부진한 이진영을 선발 출장시키고, 0.438로 호조인 박용택을 제외시켰는데, 오늘 이진영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고, 1회말에는 실책을 범했습니다. 1회말 좌익수에 익숙하지 않은 이택근이 이호준의 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2루타로 만들어주며 선취점을 내준 것을 감안하면, 오늘 경기에서 타구 판단이 빠르고 정확한 박용택을 좌익수로, 이택근을 1루수로 출장시키며, 이진영에게 휴식을 부여했다면 1회말부터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5회말 시작과 함께 정주현을 3루수로 기용한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정주현은 최근 2군에서 내야수에서 밀려나 외야수로 기용되고 있으며, 2군 타율도 0.223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중반 3루수로 정성훈을 대신해 투입한 것이 박용근이 아니라 정주현이었다는 것은 박종훈 감독이 5회말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경기를 포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정주현은 5회말 대량 실점의 와중에서 보이지 않는 실책을 범했습니다. 무사 1, 2루에서 최정의 번트 타구를 최성민이 처리할 때, 정주현은 앞으로 대시하다 유격수 오지환이 3루에 들어온 것을 모르고 3루로 들어가기 위해 뒷걸음쳤는데, 만일 정주현이 오지환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았다면, 오지환이 3루 주자를 잡지는 못했어도 송구를 뒤로 빠뜨리며 허망하게 2실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2군에서도 내야수로 출장하지 않은 정주현을 3루에 기용한 것이 대량 실점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수비에서의 난맥상은 이에 그치지 않습니다. 박경완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든 무사 1, 2루에서 이대형과 작은 이병규는 박정권의 뜬공을 처리하기 위한 초보적인 콜 플레이를 하지 않아 안타로 만들어줘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는데, 기본기조차 충실하지 못한 LG의 약점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입니다. 3년 내내 전병두의 봉에 불과한 무기력한 타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2.2이닝과 1이닝을 각각 무실점한 박동욱과 신정락을 제외하면 위안거리조차 없는 형편없는 졸전이었습니다. LG는 오늘 경기로 시즌 10번째 완봉패를 기록했는데, 시즌 119번째 경기 만에 두 자릿수 완봉패를 채웠습니다. 빅5다, 타선이 강하다는 따위의 허상에 사로잡힌 LG가 오늘 인천에 과연 무엇을 하기 위해 간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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