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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단 '중재'로 다시 궤도 오른 북미협상남북정상회담 성과 안고 유엔총회로… 흔들리는 트럼프 리더십이 변수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9.07 09:00

보수언론 등은 여전히 회의적인 분위기지만 대북특사단 파견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것 같다. 물론 아직은 또 한 고비 넘긴 것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지는 유엔총회 일정에서 상당한 성과를 기대해볼만하다는 사실 자체는 고무적이다.

그간 북미협상은 교착국면에 빠진 상태였다. 북한은 자신들이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인 만큼 미국이 종전선언 등의 적대적 정책 중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북한이 그간 해온 일들을 비핵화 조치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무산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또다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명백히 좋지 않은 신호였다. 북미협상 무산까지 고려한 일종의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북미 양측이 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중국의 방해 때문에 협상에 진척이 없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했는데, 말하자면 협상이 무산되어도 자기 탓은 아니라는 얘기다. 북미협상의 추이와 결과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눌 수 있는데 ‘빅딜’이 성사되는 경우가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나 상처를 입게 돼있다. 중국 탓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걸로 보인다는 얘기다.

여기서 세 가지 시나리오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북한이 핵 신고 리스트나 핵무기 반출을 통한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종전선언과 제재 해제 프로세스에 돌입하는 시나리오다. 둘째는 북한의 핵 실험장 및 미사일 시험장 폐쇄 등의 조치를 종전선언과 맞바꾸는 정도에서 북미가 1차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셋째는 북미협상의 사실상 무산을 선언하는 것이다.

둘째와 셋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잖아도 회의적인 여론 탓에 상당한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된다. 북한이 불충분한 조치를 취한 것에 불과한데도 종전선언에 동의하는 것은 ‘협상의 달인’이 아니라 끌려 다니기만 하다 과도한 양보를 한 무능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고 협상 무산을 선언하자니 모두가 말리는데도 애초에 불가능한 합의를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수는 사실상 북미협상의 무산을 기도하면서 책임을 중국에게 돌리는 것이다. 마침 미중무역전쟁 국면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 백인 노동자 계층의 이해를 구하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만일 교착국면이 지속되었다면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은 이렇게 끝났을지 모른다.

한편 우리 정부는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한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 첫째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 문제를 고리로 북한이 철도에 대한 공동점검 등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둘째는 여러 국내 정치적 곤란함을 무릅쓰고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려 해도 미국이 제재 유지를 이유로 반대하면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유엔사의 거부로 무산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선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북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앞서 나가는 걸 용인할 수 없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돌입한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이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베트남에서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미국의 이런 우려를 자극하는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납북자 문제 해결의 다음 수순은 식민지 배상인데, 이것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성과 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해결은 결국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더 전향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추가 자원을 투입할 경우 미국이 반드시 움직인다는 보증이 있어야 한다. 대북특사단은 이런 차원에서 그야말로 중요한 임무를 갖고 방북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북특사단이 가져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답은 이후 상황이 비교적 긍정적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종전선언의 성격을 정치적 측면에 국한하고 이후 동아시아 평화체제와 관련한 논의로 이어지는 걸 일단 차단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까지 겨냥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 반대급부로 줘야 할 대가의 무게가 크지 않다는 보증을 받게 된 셈이다. 중국은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에 반대해왔는데 이는 국제법적 효력을 가지는 평화체제의 구축과 관련한 문제였다는 점에서 다소 안도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에 합의하더라도 중국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이후에 보장하면 되는 문제라는 얘기다.

이제 남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관련 추가 조치의 결단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정도의 조치를 결심하거나 아니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른 창의적 대안을 내놓도록 할 수 있다면 이후 일정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수석협상가’의 역할을 부탁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구체적 성과를 갖고 이달 말 유엔총회로 향하는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게 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다시 북미협상을 통한 ‘빅딜’ 국면을 만들게 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미국 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백악관 비화를 다룬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에 이어 밥 우드워드의 ‘공포’가 출간되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리더십의 붕괴를 노리는 미국 내 시도가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내 ‘레지스탕스’를 자처하는 인물의 칼럼이 뉴욕타임스에 실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런 일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믿는 ‘딥 스테이트 음모론’ 등에 불을 붙여 오히려 공화당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 이득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어떤 경우든 미국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만에 하나 이런 상황이 대통령직의 위기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거취 등의 문제와 연계된다면 북미협상은 예기치 않은 모양새로 다시 교착국면에 빠질 수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이런 모든 시나리오까지 예상하고 완벽을 기해 움직여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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