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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누구를 위한 축구협회? 현대 가(家) 장기독점 체제에 대해 묻다[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9.06 18:00

현대 가(家)에 의한 현대가의 현대가를 위한 현대 축구협회. 지난 26년간 축구협회의 '견제 받지 않은 권력', 현대 가(家)의 연이은 협회장 연임은 새로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 새로울 것도 없는,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은 권력에 <추적 60분>이 칼날을 겨눴다. 

지난 2017년 카타르 전에 패한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다. 그리고 곧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이었던 신태용 감독이 선임됐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사건이 터졌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은퇴를 앞두고 무보수라도 한국의 대표팀을 맡아 자신의 감독 생활에 유종의 미를 남기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자리에 나온 축구협회 노재호 사무국장은 러시아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황급히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고 증언했다. 히딩크 전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 그리고 축구협회 사이의 진실 게임을 둘러싼 잡음들. 결국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사퇴했지만, 결국 대표팀 감독은 히딩크가 아닌 신태용 감독이 선임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선수 선발과 '트릭 발언(포지션에 맞지 않은 선수 선발과 관련된 신태용 감독의 전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태용 감독은 트릭이었다고 답했다)’으로 대변되는 전술 부재 논란. 

감독들의 무덤이 된 대표팀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 가(家)네 축구협회’ 편

축구협회에서 감독 경질과 새 감독 선임 논란은 새로운 사건도 아니다. 히딩크 감독 이후 10명의 감독이 대표팀을 거쳐 갔다. 평균 1년 6개월 정도만 감독직을 맡은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히딩크만큼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감독을 경질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협회가 자신들의 책임을 덮고 가리기 위해 감독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임만이 아니다. 1994년 당시 미국 월드컵을 이끌었던 김호 감독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서 감독의 자율성이 침해되었으며, 이에 순순히 응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건 경질이라며 협회의 감독 권한 침범을 증언한다. 또한 2011년 레바논 전에 패한 후 조광래 감독은 하루아침에 감독직을 잃었다. 당시 정황은 조광래 감독의 경질이 경기 패배보다는 당시 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파벌에서 조광래 감독이 협회 내 야권에 해당하는 인사와 가깝다는 이유였음을 보여준다.

신태용 감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러시아 월드컵을 이끌었던 신 감독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중국 리그에서 아시아권 선수들에 대한 이해 부족, 부진 등의 이유로 경질된 벤투 감독이 선임됐다. 이번에도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협회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래서 어느덧 대한민국 대표팀은 '감독들의 무덤'이라 칭해진다고 다큐는 말한다. 

'우리의 축구 수준이 여기까지라고 저는 판단내려지고요. 
우리가 더 잘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능력을 키우라고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축구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 보이는 것만 바꿔서 내보낼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어두운 것을 털어내고 
벽을 깨고 앞으로 나가기를 원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지성

파벌을 둘러싼 감독 선임과 경질, 이른바 모 대학 동문 중심의 선수기용 등에 대해서는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일반인들조차 기정사실로 치부하고 있는 내용이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경기 중계방송에서 지난 2002 월드컵에 참여했던 선수 출신의 해설가(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등)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축협의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후배들의 엄정한 요구에 대해 축구협회 이사가 된 홍명보 전 감독은 '경기를 얕게 해석했으며, 후배들이 선수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없다'고 폄하하며 축협에 대한 비판을 일축했다. 

왜 현대가는 축협을 놓지 않는 것일까?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 가(家)네 축구협회’ 편

고질병이 된 축협의 문제, 그 실마리를 다큐는 2013년 정몽준 회장에 이어 대한 축구협회장이 된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부터 풀어가고자 한다. 다큐는 질문한다. 도대체 왜 현대가는 26년 동안 축협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일까?

한 해 천억 원의 예산을 운영하는 축구협회. 지난 2013년 축구협회장 선거 과정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억 원의 돈이 오간다는 소문 끝에 정몽규 회장이 당선되었다. 당선된 정몽규 회장의 첫 사업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반대에도 추진한 '축협 회관 리모델링'이었다. 

당연히 협회 사람들은 새로 당선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선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급작스런 이사 등 번거로운 리모델링 과정을 거치고 돌아온 후 알게 된 사실은 리모델링 사업비용이 올곧이 협회 예산이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건 이 과정에 현대산업개발 계열사가 참여했으며, 특히 동생 정유경 씨가 실질적 소유주로 짐작되는 업체가 인테리어를 맡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업체는 <추적 60분>이 추적해 들어가자 홈피의 사진을 지우는 등 황급하게 소규모 행사를 했을 뿐이라 발뺌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년도에 비해 26배나 많은 54억의 현금 수익을 챙기는 특혜성 공사를 한 것으로 다큐는 짚는다.

이뿐이 아니다. 한일월드컵 공동 개최 시기에 만들어진 B스포츠 마케팅 업체는 현대 산하 금강 기획 출신들이 주축으로 만들어진 마케팅 업체로 협회의 마케팅 업무를 독점해왔다. 제작진의 질문에 경쟁 입찰에 따른 공정한 참여였다고 답했지만, 이 업체보다 서너 배나 돈을 많이 쓴 업체조차 입찰 과정에서 튕겨져 나가는, '협회에 대해 잘 아는'이라는 모호한 선정 방식에 대해 전문가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라 단정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현대, 현대 산하 기업에 몸을 담아온 '현대맨'에 의한 회사는 이른바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이 아니기에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절묘한 수법으로 '법적 처벌'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역대 축구협회 임원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한 제작진, 191명의 역대 협회 임원 중 현대에서 일한 사람은 53명에 달했다. 더구나 2017년 조중연 전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등에서 법인 카드를 쓴 공금유용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극에 달한 상태다. 심지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비리 임직원 중 6명이 여전히 축구협회 임원 등으로 재직하는 등 '협회 카르텔'은 공고했다. 현대맨들이 장악되었다는 조직과, 그 조직에 의한 현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추적 60분>은 협회에 투자한 현대의 돈보다, 협회로 인해 얻은 현대가의 이익이 훨씬 크지 않겠는가 라고 반문한다. 

1000억 원의 규모를 3000억 원의 규모로 확장시키겠다는 슬로건으로 전폭적 지지를 얻어 당선된 정몽규 회장. 하지만 대표팀을 제외한 한국 축구의 현실은 초라하다. 대표팀의 베이스가 되어야 할 유소년 축구, 고교 축구 연맹전은 지원은커녕 학부모들의 품앗이로 진행된다. 지원이 부족한 프로 축구는 수익성이 나날이 떨어지며 고전 중이다. 축구 행정을 잘하라 만들어진 축구협회는 국민들의 것일까? 아니면 현대의 또 다른 계열사 중 한 곳일까? 

누구를 위한 축구협회여야 할까? 

KBS2 시사프로그램 <추적 60분> ‘그들만의 왕국 정 가(家)네 축구협회’ 편

물론 축구협회는 사단법인이다. 재벌이라는 금권에 기반한 스폰서의 경제적 지원에 의한 단체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렇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공개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적 60분>은 이의를 제기한다.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 없다면, 국가대표 팀의 경기라도 있으면 거리를 붉게 물들이는 국민적 호응이 없다면 축구협회의 존립이 가능하겠는가라고. 

재벌 기업의 사재를 털었다지만, 공적 기금이 들어갔음은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각종 시설 등을 사용하고 있는 축구협회를 '공공재'로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또한 지난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끈 덕에 국민적 호응을 얻어 대선 후보까지 나섰던 정몽준 후보의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축협 회장이라는 '왕관'의 무게로 인해 얻는 이익은 경제적 수치 그 이상이라 <추적 60분>은 단언한다. 

준정부적인 조직으로 거대화된 축구협회, 그럼에도 여전히 '현대'라는 개별 기업에 의해 장악된 조직.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은 공적 역할에 걸맞은 책임과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추적 60분>은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조직이 스스로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법적 개입이 필요하다 덧붙인다.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 축구인들이 힘을 합쳐서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뭔가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4년마다 매번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성

<추적 60분> 9월 5일 방송에 대해 6일 대한축구협회가 반박문을 발표했다. 그 반박문은 다음과 같다. 

<추적60분> 방송에 대한 대한축구협회 반박문

1. 대한축구협회가 희생양을 위해 대표팀 감독 경질만 되풀이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릅니다. 최근 몇년전부터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철저히 신뢰하고 최대한 임기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감독 선임 기구도 새로 정비하고 선임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최상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2.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를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시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2013년 시행한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는 입찰을 통해 정상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아닙니다. 정몽규 회장의 여동생이 지분을 가진 모 회사는 이 시공사에 납품을 한 여러 회사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3. 대한축구협회가 ‘현대가’의 특정 마케팅 대행사와 유착했다는 주장에 대해
 
2015년까지 대한축구협회 마케팅 대행사는 독점이 아니라 여러 회사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의혹이 제기된 모 회사는 오랜 경험과 실적으로 협회와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을 뿐이며, 현대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습니다. 2015년말 실시한 통합 마케팅 대행사 선정 역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능력과 실적을 겸비한 회사를 선정한 것이므로 유착이라 할 수 없습니다. 
 
4. ‘현대가’가 막대한 이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를 장기집권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릅니다.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 관련 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로, 성인팀만 4개(울산현대, 전북현대, 부산아이파크, 인천현대제철)이며, 초등부터 대학까지 합치면 총 18개의 남녀 축구팀이 있습니다. 최근 5년간 18개팀의 운영비로 투입된 금액만 총 3,900억원입니다. 현대 관련 기업이 지난 2010년부터 7년동안 K리그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낸 후원금이 200억이 넘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가 FIFA, 현대중공업이 AFC의 후원사로 참여해 한국 축구의 국제적 위상도 높인바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시 정몽규 회장이 당선을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선거에는 1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참여하기 때문에 압력을 넣거나 불법 로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대한축구협회장의 임기를 3회로 제한한 것은 FIFA나 AFC의 방식을 참고한 것입니다. 국내 다른 종목 단체의 회장은 기본으로 2회를 연임할 수 있고, 대한체육회 승인을 받으면 추가로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가 정한 3회 임기 제한이 오히려 회장의 임기를 제한한 것입니다.
 
5. 대한축구협회는 유소년 지원에 관심없고 대표팀 성적에만 치중한다는 주장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에서 나오는 주장입니다. 학원 축구 리그제 정착, 동호인 축구 디비전 제도 도입, 골든 에이지 훈련, 8 대 8 도입 등 유소년과 아마추어 축구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8년 한해 유소년 축구에 투입되는 비용만 144억원입니다. 열악한 환경의 유소년 축구 사정은 잘 알고 있으나, 특정 팀과 지도자, 선수 개인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6.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임직원의 징계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6~7년전에 발생한 사건으로 협회 징계위원회에 상정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검찰 수사 발표가 안되고 있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2013년부터 클린카드 실명제 등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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