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의 주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다음 달 7일,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뛸 23명의 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가운데 능력있는 신예들과 상승세에 있는 기존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기 때문입니다. 허정무 감독 시절 월드컵 엔트리에 들기 위한 생존 경쟁만큼이나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어 과연 선수들 간에 어떻게 희비가 엇갈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박주영(오른쪽)과 경쟁하는 신예 스트라이커 석현준(왼쪽) (사진-엑스포츠뉴스)
이번에 소집된 명단에는 석현준(아약스), 김주영(경남FC) 등 신예 선수들과 함께 팀 적응 문제로 지난 나이지리아전에 빠졌던 이청용(볼턴), 차두리(셀틱 FC)가 다시 가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지난 2월 동아시아컵 이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김두현(수원 삼성)도 모처럼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도 지난 11일 나이지리아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윤빛가람(경남FC), 조영철(니가타), 김영권(FC도쿄) 등도 다시 기량을 검증받고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체적으로 남아공월드컵에서 뛴 기존 선수들의 큰 틀 안에서 조광래식 기술 축구에 잘 들어맞는 신예 선수들이 가세해 자연스럽게 신-구 조화를 꾀하려는 의지가 다시 한 번 돋보이는 엔트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공개적으로 주전 경쟁 구도에 대해 언급하며 기존 선수들의 경쟁심을 자극했습니다. 조 감독은 "한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면서 특히 중앙 미드필더에 대해 "김정우와 김두현이 경쟁해야 할 것이고, 윤빛가람과 기성용도 긴장하면서 경쟁에 임해야 할 것이다."라고 언급해 직접적으로 경쟁 구도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월드컵 멤버였던 김정우와 기성용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예외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조광래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여러 포지션 가운데서도 중앙 미드필더가 가장 뜨거운 주전 경쟁의 장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실제로 각 선수들의 능력만 놓고 보면 여러 포지션 가운데서 중앙 미드필더가 단연 돋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K-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평가받는 김두현이 최근 리그를 통해 살아나면서 대표팀에 다시 발탁돼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판세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기성용, 김정우, 윤빛가람이 조광래 감독이 준 기회를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측면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 만점 활약을 보였던 최효진(FC 서울)은 월드컵 멤버이자 최근 셀틱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중인 차두리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스피드와 파워, 강한 체력을 두루 갖추면서 공격적인 성향 역시 최효진에 못지 않은 차두리가 달라진 대표팀 분위기에 완벽히 적응한다면 두 선수 간의 경쟁 구도는 더욱 안개 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일단 차두리가 소속팀 셀틱에서 당한 햄스트링 부상으로 훈련에서 잠시 제외돼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여 최효진이 또 한 번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더 높습니다.

수비 자원의 경우, 기존의 조용형(알 라이안), 이정수(알 사드), 곽태휘(교토), 김영권 외에 김주영이 추가 발탁되면서 경쟁자가 더욱 늘었습니다. 김주영의 발탁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기존 중앙 수비수보다 스피드에서 앞선다. 빠른 팀을 상대할 때에는 김주영처럼 빠른 선수가 필요하다"면서 스피드에서 경쟁력있는 면을 부각시켰습니다. 공격시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리베로적인 중앙 수비를 활용하고 싶은 조광래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고, 이에 걸맞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기존 선수들을 자극시키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이란전에 발탁된 선수들 외에도 잠재적인 후보군까지 더하면 조광래호 포지션 경쟁은 출범된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그야말로 불이 제대로 붙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감독 자체가 새로운 전술 실험을 추구하면서 신선한 선수를 많이 찾으려 하다보니 불가피하게 초반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선수들을 발탁시켜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데요. 역대 어느 대표팀 감독들도 자신의 색깔에 맞는 선수를 찾기 위해 새로운 선수를 많이 기용해 왔지만 국가대표 '감'으로 생각지 않았던 선수들 또는 아주 젊은 선수를 대거 기용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워나가려는 의지는 조광래 감독이 이전 감독과의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고, 또 어떤 과정과 결과를 낼 지 기대되는 측면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기존 선수들과 신예 선수들의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합니다. A매치에 대한 잔뼈가 굵은 선수가 이제 갓 햇병아리인 선수보다는 그나마 낫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나이지리아전에서 윤빛가람, 조영철, 김영권, 홍정호 등이 나름대로 제 몫을 다했던 것처럼 이것이 계속 쌓이고 쌓이면 실력을 주전 경쟁에서 더욱 중요시하는 조광래 감독 체제 하에서는 의외의 주전 구도가 짜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예들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아시안컵까지 4개월 가량 남은 가운데서 팀 리빌딩 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조광래 감독 체제 2번째 경기에서 과연 어떤 선수들이 울고 웃을 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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