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뱅크에서 2AM 창민과 에이트 이현의 프로젝트 그룹 옴므가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옴므는 그동안 보아에 밀려 2주 연속 2위를 하다가, 드디어 1위의 감격을 누리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혹자는 소녀시대, 카라 등 다른 아이돌 가수들이 없는 동안 빈집털이(?) 1위라며 폄하하기도 하더군요. 아무튼 아이돌 위주의 댄스곡들이 주로 1위를 하다가, 오랜만에 실력파 발라드 가수가 1위를 하게 되어 참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이현의 눈물과 수상소감이었는데요.

꼭 에이트 애들이랑 함께 1위하고 싶었는데, 오늘 제가 이렇게 좋은 기분 알았으니까, 제가 나중에 꼭 에이트로 함께 1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에이트 애들 사랑한다. 고맙다.

생애 첫 1위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기뻐함과 동시에, 수상소감으로 에이트 멤버들에게 아쉬움을 전하는 이현의 그 모습이 참 가슴을 짠하게 만들었습니다. 정말 에이트의 끈끈한 우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옴므가 1위를 하자 같은 에이트 멤버인 백찬은 SNS를 통해서 축하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현의 수상소감이 감동적이면서도 씁쓸했던 이유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이현의 수상소감이 우리나라 가요계의 현실을 이야기 해주고 있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도 했는데요. 에이트는 그동안 실력을 인정받고 좋은 노래로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도, 정작 1위와는 거리가 먼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매번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상위권에서 오래도록 유지가 되면서 많은 인기를 얻지만, 매번 한계를 느끼며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었죠.

물론 그것이 1위를 할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에이트의 노래들 역시 1위를 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이 되는데요. 이현의 폭발적인 남자의 가창력과 주희의 파워풀한 여자의 가창력, 그리고 랩퍼 백찬까지 혼성그룹으로서 발라드와 랩의 조합이 어우러져 노래들이 참 매력적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수많은 아이돌 틈에서 팬덤을 갖출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그 실력을 인정받고 노래가 좋아 음원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어도, 팬덤이 없다보니 상위권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나 1위까지는 할 수가 없었던 것이죠.

현재 아이돌 가수를 제외한 실력파 가수들 중에 팬덤을 갖추고 있는 가수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요. 물론 이승철이나 백지영과 같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팬덤을 능가하는 가수의 경우는 예외이긴 하지만, 요즘 가요계를 보면 과연 팬덤없이 1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2-3장씩 구매하는 음반은 물론이거니와 하루종일 음원을 스트리밍하고 수시로 다운받는 팬덤의 열정적인 1위 만들기를 볼 때면, 팬덤없는 가수는 도대체 얼마나 압도적인 대중적 인기를 얻어야 팬덤을 가진 아이돌을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솔직히 이번 옴므 역시 (그들의 1위를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래도 물론 좋지만, 아이돌인 2AM 창민에 의한 2AM 팬덤의 후광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힘든데요. 그래서인지 이현이 에이트로 활동할 때는 좋은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느끼다가, 2AM 창민과 옴므로 단번에 1위를 하면서 눈물과 함께 에이트 멤버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그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정말 앞으로는 '실력파 가수들 1위만 잘 하더라'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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