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다케시 감독 이후 공석이었던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전(前) AC 밀란-유벤투스 감독이었던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 자케로니가 선임됐습니다. 일본축구협회는 2달 간 힘겹게 감독 선임 작업을 벌인 끝에 현재 소속이 없는 자케로니를 새 사령탑으로 영입, 2년 간 일본팀을 맡게 했습니다. 자케로니 감독은 취임 일성을 통해 “카멜레온처럼 상대에 따라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바꿔갈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면서 일본 축구 스타일을 확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요. 어쨌든 이탈리아 출신 감독이 처음으로 국가대표 감독을 맡게 한 일본은 아시안컵을 향한 새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 일본 축구 새 사령탑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 (사진-Picapp)
오카다 감독 이후 다시 외국인 감독을 택한 일본은 남아공월드컵 16강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자케로니 감독을 통해 이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자케로니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수준높은 팀들을 모두 맡아 이탈리아 내에서는 그런대로 이름이 있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1998-99 시즌에는 AC 밀란을 맡아 팀을 우승시켰고, 2003-04 시즌에는 인터 밀란을, 그리고 2009-10 시즌에 유벤투스 감독직에 부임하는 등 주로 이탈리아 팀을 잇따라 맡아 이름을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맡는 팀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실망스러운 성적은 해당 팀의 팬들을 등돌리게 하며 그렇게 이름값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1997-98 시즌에 우디네세를 3위로 끌어올렸고, AC 밀란을 리그 정상에 올려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것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감독으로서 자신의 능력,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 것이 거의 없었던 것이 흠으로 지적됩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4강 실패, 리그 4위 등으로 인터밀란의 암흑기를 만들게 한 2003-04 시즌에 자케로니 감독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면서 팬들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고집스러운 성격에 선수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던 자케로니는 팀 운영에 자주 문제를 일으키면서 도마에 올랐고 결국 성적 부진으로 쓸쓸하게 하차해 명성에 먹칠을 가했습니다. 이후 자케로니는 토리노, 유벤투스 등 맡는 팀마다 최악의 성적으로 팬들의 원성을 사면서 '흘러간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지난 2009-10 시즌에 위기에 빠진 유벤투스를 중간에 맡아 나름대로 기대가 컸지만 리그에서 3승 1무 6패로 오히려 더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 '구원 투수'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축구의 자케로니 감독 영입이 정말로 성공을 거둘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전술적으로 스리백을 좋아해 역시 전통적으로 스리백을 선호했던 일본대표팀에는 어느 정도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고집불통의 리더십, 그리고 국가대표 뿐 아니라 해외 팀을 전혀 맡아본 사례가 없었던 점은 자케로니 감독의 성공을 '반신반의'하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 에이스 혼다 케이스케, 다나카 툴리오 등 몇몇 선수들과의 마찰도 예상되는데요. 오카다 전임 감독이 당시 혼다의 능력을 믿고 월드컵 16강까지 이뤄내 좋은 결과를 낸 것처럼 과연 자케로니 감독이 저마다 성향 다른 선수들을 어떻게 장악할지가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밖에도 동양인의 스타일, 가치에 자케로니 감독이 얼마만큼 잘 적응하며 팀을 만들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10년간 맡은 팀마다 팀 장악 능력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자케로니 감독의 능력이 새로운 시험을 받을 전망입니다.

어쨌든 자케로니 개인적으로나 일본 축구 입장에서는 이번 감독 선임이 새로운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자케로니는 이번 일본대표팀 감독을 통해 그동안 떨어질 대로 떨어진 자신의 명성을 회복하고 싶어할 것이며, 일본은 외국인 감독 체제를 통해 선진 축구 발전을 모색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윈-윈'하려면 어느 정도 협회와 감독이 서로 배려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나름대로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는 이번 감독 선임이 자케로니에게, 또 일본 축구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지 꾸준하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자케로니 감독은 다음달 8일, 아르헨티나와의 평가전에서 데뷔전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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