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주요 방송을 비롯해 다수의 언론이 국가대표 병역특례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국가대표 병역 논란의 진원지는 야구 대표팀이다. 선발 당시부터 논란이 되더니 프로선수 한 명이 없는 대만팀에 패배한 데다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선수들이 선전을 보여주지도 못해 금메달을 따고도 웃지 못하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금메달을 따고도 논란을 잠재우지 못한 야구팀은 이런 상황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대표적인 인기 스포츠이고 게다가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라 더욱 당황스러울 것이다. 병역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다. 병역을 기피했다는 의혹에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스타도 하루아침에 추락하게 된 일도 목격할 수 있었다.

병역 의무는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것인 동시에 누구도 편법을 써서는 안 된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심리 저변에는 소위 힘 있고, 빽 있는 금수저들의 병역기피에 대한 분노도 자리 잡고 있다. 그렇지만 금메달의 가치는 그런 분노의 안전지대에서 유일하게 보호받아왔다. 그랬던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특혜가 문제가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앵커&리포트] 국위선양 vs 형평성 논란…병역 특례 손 보나? (KBS 뉴스 9 보도화면 갈무리)

첫 번째로는 국가대표가 병역을 면제받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는 국가대표가 ‘합법적 병역기피’라는 말들이 떠돈다. 야구 국가대표팀이 병역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또한 선수 선발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더해진다. 국가대표가 될 자격도 부족하고, 심지어 팀 기여도가 없어도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 일부 선수들에 대한 불만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국위선양’이라는 것이 꼭 올림픽, 아시안게임 그리고 월드컵 등 스포츠 선수와 클래식 음악가들만 하냐는 형평성의 문제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국인으로서 빌보드차트에서 몇 달 만에 두 번씩이나 1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스포츠 이벤트의 금메달보다 더 컸으면 컸지 작지 않다고 봐야 한다.

이런 문제제기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만한 충분한 논리를 갖췄다. 스포츠 외에도 병역특혜를 주는 경우는 또 있다. 세계적인 국제 콩쿠르에서 상위 성적을 거둬도 병역특례를 제공한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1위가 콩쿠르 1위와 비교해 ‘국위선양’에서 뒤진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클래식에 비해 대중음악을 가볍게 보는 낡은 인식의 문제만 존재할 뿐이다. 심지어 병역특례에 방탄소년단이 거론되는 것을 팬덤의 팬심으로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방탄소년단에게 특혜를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형평성에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팬덤은 오히려 이번 논란에 방탄소년단이 거론되는 것을 꺼려한다는 사실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논란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병역 특례법을 손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병무청은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말이 나왔고, 아시안게임 한 경기로 금메달을 따는 로또식 방법이 아닌 각종 세계대회의 성적을 누적하는 방식도 제안되었다. 은퇴 후 대체복무라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병역특례제도는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논란이 발생한 원인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단체경기라 팀 구성을 위해 비주전 선수들의 선발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다른 이들의 말없는 헌신에 비해 인기 종목 국가대표에 선발되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금메달이라는 영예와 병역특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얻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에는 메달도 없고, 국민들의 환호도 받아본 적 없는 무명의 비인기 종목선수들이 더 많다. 그들 눈에 비친, 벤치에 앉아만 있다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무임승차자들의 모습은 과연 어떻겠는가. 그래서 국가대표 선발은 더욱 공정해야 하고, 일부 집단의 이기적인 짬짜미가 통하지 않는 공정한 선수선발의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병역특례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기존의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된 대중음악 등까지도 대상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며,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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