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박해미가 화제의 검색어로 올라왔다. 박해미의 남편 황민이 만취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정차 중인 화물차를 들이받아 동승자 두 명이 타계한 사고가 일어난 탓이다. 황민의 차량에 타고 있던 동승자 두 명은 아내 박해미가 만든 뮤지컬 기획사 해미뮤지컬컴퍼니 소속 배우들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박해미는 출연하기로 계약을 맺은 뮤지컬 <오! 캐롤>의 출연 회차인 29일과 9월 1일 양일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박해미와 트리플 캐스팅인 김선경, 이혜경이 박해미를 대신하여 출연하게 됐다.

어제까지만 해도 박해미는 <오! 캐롤>에 하차하는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배우 박해미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 캐롤>을 제작하는 쇼미디어그룹은 어제 밤 9시 경 보도자료를 통해 “(박해미의) 공연 하차에 대해서 박해미 배우와 논의한 바 없으며, 그럴 단계도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향후 일정과 거취에 대해서는 시일 내 신중하게 논의하여 결정하려고 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쇼미디어그룹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향후 일정과 거취에 대해서는 시일 내 신중하게 논의하여 결정하려고 한다”는 문장 중 “빠른”이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걸 잊고 있었다.

어제 공식 보도자료가 정상적으로 발행됐다면 쇼미디어그룹은 “향후 일정과 거취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 신중하게 논의하여 결정하려고 한다”는 완성된 문장으로 각 언론사에 배포했어야 맞다. 쇼미디어그룹 측의 꼼꼼한 검수가 아쉬운 대목이다.

쇼미디어그룹은 박해미의 하차를 공식화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박해미의 공백을 대체할 배우가 필요한데, 이 역할을 김선경과 이혜경 두 배우가 담당해야 한다. 만일 박해미의 공백이 길어진다고 한다면 김선경과 이혜경 두 배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이쯤해서 김선경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엄정화와 故김주혁이 주연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김선경은 이 영화 제목처럼 뮤지컬계에서 큰일이 닥칠 때마다 급한 불을 끄는 ‘구원투수’, 119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오! 캐롤' 제작발표회에서 에스더 역의 배우 박해미, 김선경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9월,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도로스 브록 역으로 출연하던 최정원에게 빨간 불이 켜지는 사태가 일어났다. 최정원의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바람에 무대에 설 수 없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제작사인 CJ ENM과 샘컴퍼니 입장에서는 아찔한 일이었다. 만일 최정원을 대신할 배우를 찾지 못한다면 나머지 공연 회차 전부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공연 자체의 사활이 걸릴 만큼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최정원의 빈자리를 대신한 이는 김선경이었다. 김선경은 이전에 최정원이 맡던 도로시 브록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었다. 이전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뮤지컬 넘버와 대사를 새로 배우고 암기할 필요 없이 ‘복기’만 해면 되는 배우였는데, 당시 김선경이 급히 투입된 덕에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막공까지 무사히 공연할 수 있었다.

2년 연속 동일 배우가 뮤지컬계의 119 역할을 한다는 건 여간 희귀한 사례가 아니다. 지금 김선경은 작년과 올해 연이어 뮤지컬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을 뿐만 아니라, 김선경이 뮤지컬계의 구원투수가 되어가고 있음을 연이어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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