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EBS가 지난달부터 차입경영에 돌입했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EBS는 은행으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마련하여 경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EBS 구성원들은 일산 신사옥 이전으로 생긴 부채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EBS 사측은 복합적 요인의 사업수익 감소로 인한 운영 차원의 차입금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28일 전국언론노조 EBS지부 관계자는 EBS가 대출을 받아 직원들의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영지원센터장이 노조에 설명한 것"이라며 "지난달부터 실제로 대출에서 월급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BS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EBS는 200억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이 관계자는 EBS가 일산 신사옥으로 사옥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채로 인한 경영악화로 차입금을 조성한 것으로 봤다.

관계자는 "일산 사옥은 1900억원짜리 사옥이다. 정부 지원이 500억 정도였고, 남은 1400억원은 EBS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대출을 받아야만 운영이 가능했다. 도곡동 사옥을 매각한 돈과 직원 퇴직금 일부를 미리 가져다 쓰면서 운영을 이어오다 마이너스 200억 통장을 만들어 매달 필요한 만큼 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실제로 대출에서 월급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사실 퇴직금 등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벌써 대출을 받아 임금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쓸 수 있는 현금을 쓰느라고 생각보다는 늦게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적자까지 예상되자 EBS 사측은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EBS 사측 관계자는 "사옥 이전 때문에 적자가 생겨서 직원 급여를 차입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EBS는 공공지원 30%, 나머지 70%는 사업수익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지상파 광고수익의 지속적 하락, 대외환경의 변화로 인한 사업수익의 감소 등이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이뤄져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EBS관계자는 차입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 운영의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차입금을 쓰고 있는 것"이라며 "인건비 때문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회사 운영에 필요한 돈이기 때문에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8월 5일 경기 고양시 일산 한류월드 부지에서 열린 EBS 디지털통합사옥 기공식. (사진=미디어스)

EBS는 2007년부터 디지털 통합사옥 건립을 준비했다. 당시 EBS는 일산에 통합사옥을 짓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된 뒤 우면동에 있는 한국교육개발원의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통합사옥을 짓는 것을 안으로 검토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에 따라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방송장비와 시설이 있는 해당 부지와 건물을 사들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EBS 이사회는 돌연 일산으로 사옥 부지를 변경했다. 이후 EBS가 매입을 검토했던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 부지와 건물은 당시 EBS 이사직을 맡고 있던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74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2015년 완공을 예정에 두었던 일산 신사옥에 책정된 예산은 2044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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