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시민 A씨는 포털에 '성범죄'를 검색하고 경약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를 안내하는 검색 결과에 '성범죄, 무죄로 만들어 드린다'는 소위 '성범죄 전문 변호사' 광고들이 무더기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생의 오점을 지워드립니다", "절대 피해자에게 사과하지 마세요" 등의 2차 피해성 광고문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해당 광고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20일 경향신문은 <'안희정 1심 무죄' 악용해 홍보하는 '성범죄전문변호사' 상술> 기사에서 "여러 법무법인이 안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을 사건 수임을 위한 마케팅·홍보에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28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변호사들의 성범죄 2차 피해 유발 광고 방지를 위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추혜선 의원은 "변호사 등의 업무광고 내용이 성폭력 범죄 피의자·피고인의 법률적 조력을 위한 것일 때에는 성평등 관점에 따른 건전한 성의식에 합치되는지,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격이나 명예를 손상하는지에 대해 광고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 '게재'함으로써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변호사법 23조 7항은 '광고의 방법 또는 내용이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한변호사협회가 정하는 광고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협 변호사 업무광고규정도 '변호사의 품위 또는 신용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제재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성범죄 전문 변호사'를 자처하는 광고들은 점점 더 교묘한 방법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발의 법안이 통과되면 2차 가해를 일삼는 자극적인 광고의 무분별한 제작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추혜선 의원의 설명이다.

추혜선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광고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며 "2차 가해성 광고들이 버젓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척박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물론 성폭력 가해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변호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지만, 엄연한 성폭력 범죄를 무죄로 '둔갑'시켜주겠다고 광고하는 것은 공익과 법치를 외면하고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혜선 의원이 대표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김병욱, 안호영, 유은혜 의원,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 정의당 김종대, 심상정, 윤소하, 이정미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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