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언론이 유독 KBS에 ‘병풍’이 많은 이유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대형화 되어 가는 예능프로그램 속 변화에 따라오지 못하는 멤버들이 유독 KBS에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KBS에서 멘트가 얼마 없는 멤버들에게 병풍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주어서 KBS에 유독 병풍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방송 3사를 비롯하여 케이블 방송 예능프로그램까지 병풍이 없는 예능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병풍이 없는 예능프로그램은 무한도전 정도. 1박 2일도 최근 김종민 병풍 이야기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렇게 병풍 캐릭터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요즘 트렌드가 대형화이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로 성공은 이미 옛날 옛적 이야기다. 기존 5명이나 6명의 멤버 구성을 이루고 1~2명의 게스트를 초대하던 예전 방식과는 달리 요즘에는14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대형 예능프로그램들 제작진은 "예전보다 많아진 출연진만큼 많은 사람들은 출연진들 마다 개성을 느낄 수 있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좋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시청자들의 관심이 단 몇 명에 쏠린다. 몇 명의 멤버를 제외하고는 시청자의 관심 밖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 포스팅의 의도는 처음에는 예능프로가 대형화 되면 많은 출연진만큼 각자에게 느끼는 개성이 있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더니, 문제점이 드러나자 '병풍'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며 대형화의 부정적인 면의 책임을 ‘병풍’ 연예인에게 떠넘기려하는 제작진에 대한 비판이다.

많은 제작진들은 대형 예능프로그램 방송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기대해도 좋다고 호언장담 한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고 보면 멤버 중 60~70%만 멘트를 던질 뿐 나머지 30% 정도의 멤버들은 장승처럼 서서 다른 멤버들의 멘트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다.

어떻게든 화합을 통해 어려운 난관을 헤쳐 나가고 그 과정에서 여러 웃음을 만들려면 멤버들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인원수가 너무 많다보니 서로 화합을 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고, 설사 화합을 이룬다고 해도 그 화합은 얼마 안가서 금방 깨진다. 때문에 대형화 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들에서 방송 1개월 만 지나면 멘트를 못 던지는 멤버에게 병풍이라고 칭하면서 대형화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따른 자신들의 잘못된 시도로 낳은 부정적인 피해를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뜨거운 형제들에서 하차한 노유민이다. 한 회 방송분 중 노유민이 단독으로 말한 분량은 고작 6초. 전체 방송 시간이 70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병풍이 아니라 사실상 없는 멤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멤버.

또 많은 걸 그룹 멤버가 투입되는 방송으로 처음 큰 관심을 모았던 영웅호걸과 청춘불패도 하도 출연진이 많다보니 병풍 MC가 속출하고 있다. 영웅호걸에 출연한다고 해서 관심을 모았던 걸 그룹 티아라의 멤버 지연이 영웅호걸에서 던진 멘트는 고작 14초. 그것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순 감정 전달에 그쳤다. 청춘불패에서도 '병풍' 캐릭터로 사랑(?) 받고 있는 효민의 단독 방송 분량은 20초. 이미 방송이 1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도 적은 방송 분량이다. 이처럼 예능프로그램이 대형화 되면서 수십 분의 방송 분량 중 단 1분의 방송 분량도 차지하지 못하는 멤버들에게 제작진은 '병풍'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준다. 그러나 병풍이라는 캐릭터를 잡아주기 보다는 교육을 시키든지 하차를 시키든지 해야 한다.

초창기 '병풍' 캐릭터이자 써병이라는 캐릭터를 달고 다니던 효민까지가 좋았다. 효민의 성공 이후 쏟아진 병풍 캐릭터는 이제 더 이상 병풍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병풍은 1명으로 족하다. 영웅호걸에서 1분도 채 말하지 못한 멤버가 무려 4명이다. 이것만 봐도 더 이상 병풍은 웃고 떠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은 이것을 모르나 보다. 멘트가 조금만 없으면 '병풍 OO'이라고 칭하는 것은 애교다. 애초부터 병풍을 하기 위해 나타난 멤버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멘트가 조금만 없어도 병풍 병풍이라는 자막을 넣는다.

이는 멘트가 없는 멤버를 배려하기 보다는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노림수에 불과하다. 대형화 말은 좋다. 그러나 현실을 생각하고 대형화를 추구했으면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예능프로그램 중 8명이 넘는 멤버를 보유한 예능프로그램이 어디에 있나? 1박 2일은 6명이고, 무한도전은 7명이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대형화를 추구하기 전에 병풍이라는 캐릭터를 미리 생각했다면, 기획을 포기하라고 충고하고 싶을 뿐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느 순간 출연진 10명 이상의 멤버 중 단 20%만 멘트를 던지는 '병풍 왕국'이 나올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시본연의 연학가 소식 http://hwking.tistory.com을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 연예계라는 뜻의 '시본연'처럼 최대한 즐겁고 유쾌하게 글을 쓰고, 이로 많은 네티즌과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