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CLEC)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팀이 발간하는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가 발행됐다. 보고서는 감시와 검열 분야로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인터넷상 통신제한조치,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압수수색은 감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제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 현황 등은 검열로 분류했다.

특히 정부가 통신감시 정보공개에서 압수·수색을 통한 인터넷 감시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시민의 역감시 필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통신제한,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등을 망라하는 압수수색을 통한 감시 현황도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연평균 통신제한 406, 사실확인 28만, 자료제공 103만 건, 압수·수색 건수 공개 안 해

감시 분야를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전체 통신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감청, 통신 내용을 확인)는 연 평균 406건, 6494개 계정에 대해 이뤄지고 있었다. 그 중 인터넷에 대한 통신제한조치는 연 평균 254건, 1272개 계정에 대해 이뤄지고 있어, 통신제한조치의 약 62.5%(문서수 기준)를 차지하고 있었다.

▲2017년 인터넷 통신제한조치 요청기과 중 국정원이 가장 많았다. (자료=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전체 통신제한조치의 약 98.8%는 국정원에 의한 것(인터넷의 경우에는 92%)으로서, 대부분 국가 안보와 관련한 수사를 위하여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체 통신에 대한 통신사실확인 자료 제공(송수신 번호, 시간, 위치 등 통신 내역·기록에 대한 확인)은 연 평균 28만6113건, 690만5331개 계정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문건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계정수는 2013년 1611만4668건, 2014년 1022만8492건, 2015년 548만4945건, 2016년 158만5654건, 2017년 105만2897건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통신확인자료 제공 건수 변화. (자료=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그 중 인터넷에 대한 통신사실확인 자료 제공은 연 평균 3만7672건, 13만8783개 계정에 대해 이뤄지고 있으며, 총 통신사실확인의 약 2%(계정수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는 주로 통신사실확인이 기지국 수사에 집중돼 이동통신사업자에 대한 대량 요청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체 통신에 대한 통신자료제공(가입자 신원정보 확인)은 연 평균 103만4036건, 953만9337개 계정에 대해 이뤄지고 있다. 그 중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통신자료제공은 연 평균 9만5910건, 37만6319개 계정에 대해 이뤄지고 있으며, 총 통신자료제공의 약 3.94%(계정수 기준)를 차지한다.

▲인터넷 통신자료제공 건수 변화 추이. (자료=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보고서는 "통신자료제공은 법원의 허가 없이 수사기관의 요청만으로 쉽게 이뤄진다는 면에서 대량으로 요청 및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연간 전체 인구수의 18.4%에 해당하는 약950만 개 이상의 계정 정보가 조치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신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통신 내용, 기록, 신원정보 모두 확인 가능) 현황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투명성보고서상에 공개한 자료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두 사업자에 대한 압수·수색은 9538건으로 1079만1104개의 계정이 조치됐다. 2016년에 비해 사건수는 27% 가량 감소했지만, 계정수는 14.9배 폭등했다.

▲네이버·카카오에 대한 압수·수색 현황. (자료=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보고서는 "18대 대선 특정 후보의 대량 홍보메일 발송에 관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 수사를 위해 집행된 1건의 압수영장에 무려 696만3605개의 개인정보가 압수된 것이 큰 이유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통신의 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압수·수색이 이렇든 방대한 양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은 통신감시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공권력의 압수·수색에 대한 시민의 역감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감시 분야에 대해 "투명성보고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제도 운용에 대해 대중들의 역감시·평가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하고 있는 자료는 단순한 총 수치에 불과해, 국가의 감시가 적절한 권한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지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민들이 이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감시 건별로 어떠한 사유로 어떠한 서비스에 대해, 어떠한 사항이 어떠한 대상에서 제공됐는지, 또한 일반·긴급 유형, 기소·유죄판결 여부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이들 사항에 대한 전체적인 통계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무엇보다 통신의 내용, 내역, 신원정보까지 모든 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압수·수색을 통한 감시 현황은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과기정통부가 통신제한, 통신사실확인, 통신자료제공 등 세 가지 통신 감시 제도 운용 현황에 대해 보고받고 관리하고 있는 바, 이들을 망라하는 효과를 가지는 통신사 압수·수색 현황에 대해서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감시 당사자에 대한 부실통지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집행 종료시를 기준으로 피감시자에게 통지가 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며 "실제 조치후 통지율이 38.5%에 그치고 있다. 피감시자들에 대한 통지가 이뤄지지 않아, 감시 당사자들은 감시를 받고도 이를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접속차단' 가장 많아…대선 기간 게시물 삭제 요청 1위는 문재인 캠프

보고서는 검열 분야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정요구 유형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가장 많은 시정요구 유형은 총 시정요구 결정의 79%를 차지한 '접속차단'이다. 보고서는 "주로 해외 서버를 두고 있는 사이트상의 정보가 심의됐음을 의미한다"며 "국내 서버 내 정보에 대해서는 해당정보의 삭제 혹은 이용해지 결정이 주로 내려진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유형별 결정비율. (자료=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보고서는 2014년 이후 심의 건수 및 시정요구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2017년에는 제3기 방통심의위 임기 만료 이후, 제4기 위원회가 2018년 1월 30일에야 출범한 까닭에 연간 시정요구 수 추세 분석에는 적절치 않았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매주 2회 개최되는 심의위원회 회의 1회당 약 2000여 건 심의, 한 달 약 1만7000건의 정보를 삭제, 차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역시 검열로 분류한 선관위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현황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중앙 및 17개 지방선관위에는 총 4만222건의 게시물 삭제가 요청됐으며, 선관위는 총 352건의 인터넷 게시물 삭제를 조치했다. 또한 고발, 수사의뢰, 경고 등의 요청까지 포함하면 4만344건에 이른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7201건 보다 약 4.6배 늘어난 수치다.

▲19대 대선에서는 18대 대선보다 4.6배 많은 사이버 선거범죄 조치가 있었다. (자료=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서)

선거법 상 각 후보자의 캠프에서도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게시물에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후보자와 관련해 가장 많은 정보 차단을 신청한 것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209건)였고,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123건), 심상정 정의당 후보(15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5건) 순이었다. 다만 이들의 삭제신청 352건 중 85.2%인 300건에 대해서는 삭제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3%인 46건에 대해서만 삭제됐다.

보고서는 검열 분야에 대해 "통신심의 운용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각 심의 대상 정보 건별로 문제내용, 정보유형, 서비스제공자, URL(일부 비공개), 인지방법, 적용조항을 알 수 있는 회의자료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며 "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에도 정보공개청구가 있는 경우에만 사후적, 수동적으로 공개할 것이 아니라, 제도 운용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들을 자발적으로 공개해 스스로 투명성을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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