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황수경 전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을 임명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소득지표 등의 결과를 두고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리고 이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당사자가 바로 강 신임 청장이다. 황 전 통계청장은 27일 진행된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보수언론은 청와대가 '통계 왜곡'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자 조선일보 사설.

28일자 조선일보는 <고용·양극화 참사에 통계청장 교체, 통계 왜곡 시도하나> 사설에서 "최근 통계청에선 재난에 가까운 고용 감소와 소득 분배 악화를 보여주는 통계를 발표한 바 있다"며 "갑작스러운 통계청장 교체는 이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지난 1분기 빈부 격차가 최악이었다는 통계가 청와대 심기를 건드렸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경제정책을 잘못해 나쁜 결과가 나왔으면 정책 입안자가 책임지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런데 이 정권에선 통계청장이 책임을 진다. 세계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물러난 통계청장은 '제가 그렇게 말을 잘 들은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며 "청와대에서 상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말"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은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통계청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앞으로 그런 숫자를 발표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며 "실제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청와대 입맛에 맞는 통계를 발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골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청와대는 보건사회연구원과 노동연구원에 통계청 자료를 재분석하라고 했다 가구별 통계인데 개인별로 뒤집어서 '하위 10% 근로자만 소득이 줄었다'고 분석한 자료가 만들어졌고,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다"며 "당시 보건사회연구원에서 '통계청 표본에 문제가 있다'는 자료를 만든 장본인이 신임 통계청장이 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청와대는 '통계청에서 나온 자료를 더 깊이,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라고 했다"며 "신임 통계청장은 앞으로 청와대 요구대로 '더 깊이,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통계를 내놓게 될 것이다. 정부 편들어주는 통계 재분석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통계는 모든 정부 정책의 기초가 된다"며 "통계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계에는 정파가 없다. 현실 그대로의 숫자, 객관적 사실만 있을 뿐"이라며 "성적이 나쁜데 공부를 더 할 생각을 않고 성적을 고치려 하나. 통계 왜곡, 변조, 조작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28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청와대는 정책 실패를 통계 분식으로 덮으려 하는가> 사설에서 "국가 통계는 정책의 성과를 가늠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근거"라며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가리키는 통계를 놓고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우기는 게 걱정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이 와중에 정부는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했다"며 "경질된 황수경 전 청장은 올해 1분기 소득분배가 최악이라는 통계를 발표했다가 장하성 실장에게 혼쭐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에 후임인 강신욱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표본이 바뀐 만큼 통계를 재해석할 소지가 있다'며 소득주도 성장을 옹호한 인물로 전해진다"며 "과연 이런 인사를 한 뒤에 나오는 통계와 해석을 국민은 믿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2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석연찮은 청장 경질, 통계도 '코드' 맞추라는 무언의 압력인가> 사설에서 "가계소득조사는 당초 올해부터 없애려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존속을 밀어붙인 것"이라며 "제 발목을 잡은 정부·여당이 애꿎은 통계청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걱정스러운 것은 신임 통계청장의 면면"이라며 "주로 소득불평등 연구를 해온 비전문가라는 이력은 차치하고라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5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작성한 인물이라는 점은 통계청이 앞으로 정책에 맞는 '코드 해석'을 내놓거나 불리한 통계는 공개를 꺼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국가 통계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다. 정확한 조사만큼이나 객관적인 분석이 중요시되는 이유"라며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통계 해석은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