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일 KBS <해피 투게더>의 한장면이다.

지난주 <해피 투게더>에 출연했던 코미디언 박미선은 이른바 '박미선 대굴욕'으로 화제를 모았다.

박명수를 웃게 만들어 찜질방에서 나가는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분장 때문이다. 대머리 가발을 쓰고, 양볼에 구렛나루를 붙이고, 앞니도 시커멓게 만들었다. 거기에다가 입술도 크고 새빨갛게 칠해서 누가봐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박명수가 웃음을 끝내 참아버리는 바람에 찜질방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그 분장 그대로 '암기송'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박미선은 "내가 안 한다고 했잖아"라고 울부짖어, 더 큰 웃음을 줬다.

3일 방송에서도 화제의 장면이 다시 나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 방송을 본 한 시청자가 "요즘 어머니가 갱년기라 우울증과 몸이 많이 아프셨는데 너무 나도 오랬동안 잊고 있던 어머니의 웃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박미선은 이럴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수 있다면, 망가지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미선은 지난달 30일 SBS 송년특집 <개그대축제>에서 '형님뉴스'를 패러디한 '누님뉴스'에 출연해 녹슬지 않은 정통 코미디도 선보였다.

하지만 박미선에게 기대되는 웃음은 따로 있다. 3일 <해피투게더>에서 박미선은 '주부' 특유의 감성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들을 잘 이끌어냈다. 이는 '남편'들의 속을 제대로 긁어주고 있는 이경규와 비교된다.

게스트로 코미디언 김지혜가 나오자 (같은 코미디언 부부 커플 입장에서) "둘이 벌면 금방 일어나요. 우리도 결혼 초에는 확 일어났어요. (지금은) 혼자 벌어 둘이 써요. 누가 번다고 얘기는 안하겠는데"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여기에 "남편이 집에 없는 시간을 위주로 방송 스케줄을 짜요. 안 그러면 혼나요. 막 때린다. 입술로!"라는 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남편 이봉원 자랑을 동시에 해서 자칫 애매할 수도 있는 분위기를 수습시킨 것이다.

또 출연자들이 출산 후 몸매관리 비결을 묻자 "남편이 (출산하고) 살빼는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얼마나 속을 썩이는지"라고 말한다. 센스있는 유재석이 "그렇죠. 다이어트에는 맘고생이 최고죠"라고 받아치고, 김지혜가 "(그런 다이어트에는) 요요현상도 없다"고 보태는 식으로 웃음이 이어졌다.

결혼전에는 장미꽃을 받는 게 좋았지만, 요즘은 남편이 장미꽃을 준다면 수표에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젊은 코미디언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게 이런 식의 코미디 아닐까. 40대 이상의 남녀 코미디언들이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 있다. 그들의 살아온 삶에서 나온 내공으로 다양한 종류의 웃음이 나와야 개그가 풍성해진다.

더구나 박미선은 코미디 감각에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다만 정식 코미디 프로에서 이런 웃음을 보지 못하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접해야 하는게 아쉽다. 이경규 혹은 실제 남편인 이봉원과 짝을 맞춰, 부부를 소재로 제대로 웃겨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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