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결별을 둘러싼 이런저런 논란이 이어지고 있던 지난 27일 오서 코치가 김연아에게 보냈다는 이메일 한 통이 공개됐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의 피겨 전문 기자 필립 허시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이 메일은 오서 코치가 지난 4월 25일 '루머'라는 제목으로 김연아에게 보낸 이메일로서 "나(오서)는 니(김연아)가 '마오'와 관련한 루머들을 들었을 것으로 안다. 나는 단지 내가 너에게 충실하고 항상 널 위해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랄 뿐"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오서 코치는 이어 "그녀(아사다 마오)의 에이전시(IMG)가 나와 우리팀이 그녀와 함께 일 할 것을 요구했지만 난 그들에게 니(김연아)가 가장 우선임을 말했다"며 "그녀의 관심이 기쁘지만 난 너의 스케이팅이 먼저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대부분 지난 27일자 보도를 통해 "오서 코치가 25일 오전 자국 CTV 뉴스프로그램 <캐나다AM>에 출연해 "절대 아사다 마오 측에서 코치직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는 발언과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도, 마치 오서 코치가 마오 측으로부터 일절 코치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몰아갔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검색을 통해 검색해본 결과 YTN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매체가 오서 코치가 마오측의 코치 제안을 전혀 받은 일이 없는데 자국 TV에 출연해 거짓말을 했다는 뉘앙스로 보도했다.

예를 들자면 <마이데일리>는 이와 관련한 기사에서 "아사다 마오에게 코치직을 제안 받지 않았다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김연아에게 '제의를 받았다'고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예상 된다"고 리드를 뽑았다.

그렇다며 이 문제의 메일이 발송된 당시 국내 언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도를 했을까? 아래는 일간스포츠(온누리 기자)의 지난 4월 25일자 기사내용의 일부다.

"김연아의 코치로 남고 싶다. 아사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사다 마오(20•일본)에게 코치직 제안을 받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49•캐나다)가 돈 보다는 의리를 택했다. 그는 "아사다의 코치직을 맡는 것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아사다의 코치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문은 조금 우습게 느껴 진다"고 밝혔다.
 
오서 코치는 지난달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아사다의 매니지먼트사인 IMG로부터 코치 제안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공식적인 요청도 아니었고, 딱 한 번뿐이었다. 이후 진척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 1순위는 무조건 김연아다.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지, 프로로 전향할 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김연아가 선수를 계속 한다면 김연아의 코치를 계속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에는 의리의 표시였던 오서 코치의 이메일이 4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거짓말의 증거로 둔갑해 있는 셈이다.

물론 오서 코치가 자국 TV에 나가 마오 측으로 부터 제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한 것이 비공식적인 제안을 포함해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잡아 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그가 말한 '제안'이라는 의미를 공식적인 제안에 한정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오서 코치는 마오 측으로 부터 제안을 받지 않은 셈이 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대다수 언론들은 이와 같은 부분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똑같은 이메일 내용을 가지고 4개월 사이에 전혀 다른 논조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오서 코치의 이메일 내용에 대해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등 소위 메이저 스포츠매체들은 '침묵'으로 나름대로의 자존심을 지키고는 있지만 진실에 대한 침묵은 거짓말과 진배없다는 점에서 일부 선정적 스포츠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마오로 부터 코치 제안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오서 코치는 김연아에게도, 팬들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 문제는 그가 김연아의 새 시즌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공개한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그가 김연아에게 보냈다는 이메일은 그가 거짓말쟁이라는 증거라기보다는 그가 적어도 마오의 코치 제안 설에 관한 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거짓말을 한 것은 오서 코치가 아니라 일부 몰지각한 한국의 매체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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