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폭우 예보가 떴을 때 행여 방탄소년단이 비 때문에 최고의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할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이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정오가 지나고 점차 빗줄기가 가늘어지더니 필자가 잠실에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비가 그쳤다. 방탄소년단과 4만 5천 명의 아미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25일과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된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서울콘서트는 일어와 중국어를 쓰는 동양권 아미는 물론이고 푸른 눈의 아미까지 한자리에 모여 방탄소년단이 제공하는 흥을 만끽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된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서울콘서트 (사진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이들의 시작은 미약했다. 처음에는 예스24라이브홀에서 아미를 맞이했지만 이제는 4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 티켓 예매창을 열어도 클릭의 고수가 아니면 구매할 수조차 없는 세계적인 보이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좌석 상황을 현장에서 보니 4만 5천 명 이상을 수용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안전을 고려해서 4만 5천 명으로 커트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탄소년단이 이번 콘서트를 진행할 때 특징이 있었다. 대개의 콘서트는 서너 곡을 연달아 노래한 후 숨고르기를 위해 토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초반부 진행에 있어 노래와 멘트가 1대 1의 비율로 진행되는 특징을 가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된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서울콘서트 (사진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RM은 “넓은 공연장에서 여러분을 보니 저희만의 세상에 온 거 같다. 주경기장에 드디어 오게 돼 기쁘다”고 운을 뗐다. 슈가는 “악스홀에서 공연한 게 엊그제 같은데 감사하다”고 말했고, 정국은 “여러분과 함께 기적을 만드는 거 같다”는 멘트를 남기며 아미와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두 번째 특징은 솔로 무대를 연달이 이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개의 콘서트는 유닛이나 솔로 무대를 연이어 갖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이번 방탄소년단의 솔로 스테이지는 단체곡과 단체곡 사이에 솔로 무대를 한두 명씩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지민은 흰색 상의와 검은색 하의를 입고 ‘발레리노’처럼 아름다운 댄스 라인을 선사했다. RM은 제이홉과 같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대신에 그만의 장기인 힙합 신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된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서울콘서트 (사진제공=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뷔의 스테이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여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무대’였다고 표현할 법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케 만드는 가면과, 꽃이 한데 어우러진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아미에게 선사하기 바빴다.

진은 ‘아미의 심장 저격수’라고 표현하고 싶다. 본인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식으로 타멤버들에 비해 가장 정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하면서도 여심을 흔드는 데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서울 잠실벌의 콘서트가 다가 아니다. 세계 16개국 33회 콘서트에서 총 79만 명의 아미와 조우할 예정이다. 이번 신곡 ‘IDOL'을 통해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에서 어떤 놀라운 성과를 거둘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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