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이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장애인 비하 발언까지 쏟아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TV조선 <신통방통>은 22일 방송분 하나만으로도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며 “이런 낮은 인권 감수성으로 방송을 계속해나간다는 것은 사회적 해악”이라고 비판했다.

<신통방통>은 22일 강원도 한 마을의 70~80대 남성 7명이 같은 마을에 사는 지적장애 여성을 2004년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TV조선은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정신 빠진 사람이지. 손주 딸 같은 걸, 잘못된 거지”라는 여성 주민의 발언과 함께 “노인들 속은 것 같아. 걔는 임신이 안 되는 애다. 그랬는데 그거 임신이 덜컥 돼 버렸네”라는 남성 주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2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발언이다.

▲8월 22일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캡쳐)

이어 김광일 씨는 본인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속마음셀카> 코너에서 “옛날 저희 시골 마을에서는 반편이라고 불렀던 그런 남성이나 여성이 마을마다 한둘쯤 있었다”며 “요즘은 쓰지 않는 말입니다. 지적 능력이 다소 떨어졌던 장애인을 그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여성에게 여럿이 오랫동안 성폭행을 하는 몹쓸 짓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며 “성적 악귀가 마을에 들어오지 말라고 천하대장군을 세워놓는 그런 마을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22일 방송 녹화분 중 해당 내용은 삭제된 상태다.

김광일 씨가 말한 ‘반편이’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민언련은 “시사프로그램에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다루면서 방송 전문가인 진행자가 이런 비하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성적 악귀, 몹쓸 짓 따위의 표현 역시 사건의 심각성을 축소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장애인 성폭행을 마치 ‘옛날에는 일상적이었던 추억’ 쯤으로 축소하는 묘사”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이의 발언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민언련은 “제작진은 가해자를 비판하는 입장과 옹호하는 입장을 하나씩 전해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고 했다고 변명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이것은 그런 차원의 발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 여성이 동네 노인 여럿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전하면서 어떻게 수준 이하의 말도 안 되는 2차 가해 발언을 취재해서 방송에 버젓이 내놓을 생각을 할 수 있나”라며 “방송에서 앵무새처럼 전해 줘서는 안 되는, 언론이라면 반드시 걸러내야 할 말”이라고 비판했다.

▲8월 22일자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 캡쳐)

민언련은 “TV조선이 ‘장애인 인권’ 및 ‘장애인 성폭행’에 최소한의 고민이라도 하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성적 악귀라는 표현도 마찬가집다. 가해자들은 ‘성적 악귀’가 들려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TV조선 <신통방통>은 이 22일 방송분 하나만으로도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며 “김광일 씨와 제작진은 방송 제작에서 손을 떼야 마땅하다. 이런 낮은 인권 감수성으로 방송을 계속 해나간다는 것은 사회적 해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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