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다음달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뛸 24명의 명단을 확정했습니다. 내년 1월에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4개월 여 남은 가운데 모처럼 아시아 강팀과 평가전을 갖는 조광래호는 첫 출범 경기였던 나이지리아전의 화끈한 승리를 이어 이란전에서도 박진감 있고 기술적인 축구로 좋은 승부를 펼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조광래호 2기의 핵심은 역시 새로운 선수들이 다수 발탁됐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아약스에 입단해 아직은 미약하지만 서서히 두각을 나타낼 조짐을 보이고 있는 19살 유망주 석현준(아약스)을 비롯해 무명이나 다름없는 수비수 김주영(경남)을 중앙 수비 자원으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발탁시키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또 나이지리아전에서 경쟁력 있는 신예로 평가한 윤빛가람(경남), 조영철(알비렉스 니가타), 김영권(FC 도쿄) 등을 다시 중용해 기회를 주는 등 기존 선수들의 큰 틀 안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 지난 나이지리아전에서 소속팀 적응 문제로 발탁되지 않았던 이청용(볼튼)과 차두리(셀틱)가 남아공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려 새로운 대표팀 분위기에 걸맞는 활약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청용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이청용의 빠른 발을 활용한 공격 패턴 변화를 통해 나이지리아전과 다른 생각(전술 운영)을 할 것이다"고 말하면서 이청용을 중심으로 한 전술 변화를 시사했습니다. 차두리의 경우는 "빠른 상대팀을 상대할 때는 차두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허정무호 때보다는 다소 수비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데 3-4-3 전술 형태에서 과연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윙플레이어 역할을 잘 소화할 지 기대됩니다.

미드필더진이 아주 두터워진 것도 눈에 띕니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 나이지리아전에 가동했던 기성용(셀틱), 윤빛가람 외에 당시 군사훈련으로 대표팀 참가가 어려웠던 월드컵 맴버 김정우(광주)와 테크니션 김두현(수원)을 이번 이란전에 합류시켰는데요. 패싱 게임 위주로 빠른 템포의 공격 전술이 중심축인 조광래 감독의 전술 운영 특성상 이들의 역할, 그리고 경쟁 구도가 아주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조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직접적으로 김정우-김두현, 기성용-윤빛가람의 경쟁 구도를 밝히기도 했는데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경기 조율과 빠른 패스워크, 그리고 안정적인 공-수 능력을 갖춘 모든 후보자들 가운데 어떤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낼 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공격수와 골키퍼를 단 두 명만 뽑은 것도 주목해 볼 부분입니다. 조광래 감독은 골키퍼도 전술의 일부라고 보고 그에 걸맞는 제3의 골키퍼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에 적합한 인물을 아직 찾지 못해 기존의 정성룡-김영광 체제로 가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또 공격수 역시 공격만 잘 하는 것 뿐 아니라 수비시에도 내려와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칠 줄 아는 선수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박주영을 기존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대표팀에 발탁시키는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K-리그 또는 해외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들에게도 간접적으로 시사 하는 바가 커서 상당히 주목해 볼 부분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대표팀 운영 방향에 걸맞게 2기를 구성하면서 궁극적으로 아시안컵을 위한 전력 향상에 포커스를 맞춰 점진적인 혁신을 꾀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더욱 아기자기하고 화끈해진 패스 축구에 걸맞는 선수들을 대거 중용하고, 아시안컵 나아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겨냥한 신진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 경험과 기회를 주면서 기존 선수들에게는 경쟁심을 부추기고 이를 통해 선수들, 그리고 전체적인 팀의 경기력 향상을 이루겠다는 뜻을 볼 수 있는데요. 어쨌든 나이지리아전에 이어서 또 한 번 색깔 있는 팀 구성과 깜짝 신예 발탁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끈 조광래호 2기가 이란전에서 또 어떤 혁신적인 경기를 선보일 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