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한국신문협회가 포털 때리기에 여념 없다. 네이버, 다음 국내 양대 포털이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운영위원회가 개정 의결한 규정을 따르지 않으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5일 제평위 운영위는 포털의 뉴스 정책·제도에 개입하는 규정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애초에 운영위의 규정 개정 자체가 '월권'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제평위 운영위가 신문협회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협회 기관지 신문협회보가 운영위 규정을 따르라며 포털을 압박하고 나섰다. 제평위 운영위와 신문협회가 '한 몸'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지난 16일자 신문협회보 1면 보도.

신문협회, 포털에 대대적 공세

신문협회보는 16일자 보도에서 포털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신문협회보는 <포털, 제평위 규정을 무시?> 1면 기사에서 "제평위 운영위가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 규정' 개정을 의결한 데 대해, 포털이 이를 무시하려는 정황이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보는 "제평위 심의위는 8월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제평위 규정 개정 건을 논의하였으나 포털이 반발하면서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고, 심의위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제평위 체제의 발족을 처음 제안했을 뿐 아니라 현재 제평위의 사무국으로서 위원회 활동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책무가 있는 포털이 제평위 규정에 입각한 운영위의 결정을 무력화하는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썼다.

신문협회보 2면에는 <제평위 체제를 위협하는 포털의 행태> 기사가 실렸다. 신문협회보는 "제휴평가위 출범 취지는 '디지털뉴스생태계의 개선 및 정상화'였다"며 "이와 관련해 그간 제평위는 어뷰징 차단 등 매체사 행태를 변화시키는데 있어 괄목할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신문협회보는 "하지만 제평위 취지 달성을 위한 또 하나의 축인 '포털 뉴스정책 개선'에서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포털이 '모든 부담을 미디어에게만 지우고 자신의 행태는 조금도 고치지 않겠다'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태도를 고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뉴스서비스 정책·제도 개선을 운영위가? 근거 없고 '월권' 여지 다분해

신문협회의 주장은 얼핏보면 그럴싸하다. 그러나 면면을 뜯어보면 근거도 맞지 않을 뿐더러, 월권의 여지가 다분하다.

제평위 운영위는 지난달 25일 ▲포털 뉴스서비스 정책·제도 개선 ▲언론과 포털사 간 상생의 생태계 조성 방안 마련 등의 권한을 제평위가 갖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신문협회는 제평위 출범 당시 운영위가 정책과 제도를 전담하기로 했다며 포털이 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제평위는 어디까지나 외부위원회다. 포털의 서비스 정책을 결정하는 등의 권한을 갖겠다는 것은, 사기업의 경영에까지 개입하겠다는 것으로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9월 뉴스제휴평가위 설립 준비위원회와 네이버·다음이 합의한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사정은 다르다. 당시 합의문에 따르면 제평위 운영위의 역할은 "제평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설계한다"고 한정돼 있다. 포털 뉴스정책·제도를 설계하라고 한 적이 없단 얘기다. 즉 신문협회의 주장은 근거 없다.

일각에서는 제평위 운영위의 무리한 주장의 이면에 신문협회의 이해관계가 얽힌 게 아니냔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운영위는 신문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학회 등 7개 언론유관단체로 구성돼있다. 이 가운데 신문협회가 제평위 준비위 시절부터 참여해 운영위에서 강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한 활자매체는 방송매체보다 포털 뉴스서비스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운영위에 참여하는 7개 언론유관단체 중 신문협회, 온신협, 인신협의 경우 포털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단 얘기다. 언론계에서는 운영위가 사실상 신문협회와 온신협, 인신협의 2대1 대립구조를 이룬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온신협이 신문협회 회원사의 인터넷판 모임으로 사실상 같은 단체로 보는 시각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 의심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규정 개정 당시 인신협은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