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가 파행을 빚었다. "4기 방통심의위가 세웠던 기준과 원칙이 무너지는 것 같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보이콧을 선언했던 전광삼 상임위원이 갑자기 방송소위 복귀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전광삼 위원은 "공정성 원칙을 바로세우기 위해 돌아왔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다수 위원들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회의가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산회됐다.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소위에 전광삼 위원이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 7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패널 편향성 안건, TV조선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취재비 1만 달러 요구' 보도 안건 등의 처리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 원칙이 무너졌다며 소위 보이콧을 선언했다.

좌측부터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윤정주 위원 ▲박상수 위원 ▲허미숙 부위원장 ▲강상현 위원장 ▲전광삼 상임위원 ▲심영섭 위원 ▲민경중 사무총장 (미디어스)

전 위원은 "(심의를)바로 세우기 위해 들어왔다. 공정성·객관성 조항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었다"며 "객관성 조항에는 선후가 있는데 오보에 대해서도 법정제재를 한 적이 별로 없는데 불명확한 것 가지고 법정제재를 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보이콧과 복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전 위원의 해명에도 다수위원들의 유감 표명이 이어졌다. 윤정주 위원은 "우리가 합의기구로서 한 사람의 위원으로 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아무 사전적 의논도 없이, 논의해보자는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하고 '나 이제 오늘부터 안 온다', 갑자기 '오늘부터 들어온다'고 한 행보는 아니지 않나"라며 "자신의 생각대로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늘부터 안 나온다', 그러다 나올 필요성이 있을 때 '나 들어온다'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의 수많은 합의 노력을 위법한 것으로 만드셨다. 모든 심의가 불공정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저를 비롯한 위원들과 고생한 사무처 직원들 모두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문제 의식을 가졌을 때 저희에게 얘기 좀 해보자고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허미숙 방송소위원장은 "심의 결과에 대한 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은 다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위원들이 전부 4기 위원회 공정성 무너졌다고 외부에 주장하지 않았다. 금도를 지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 소위원장은 "개인 판단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해당 방송사가 법원을 통해 구제 받을 방식이 충분히 열려있다"며 "심도 깊은 논의의 숙성과정 없이 외부 기자회견을 통해 위원회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키를 가지고 브리핑했다. 그것이 동료위원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미디어를 통해 역으로 전해졌을 때 전체 위원들은 수차례 걸쳐 상실감을 토로했다"고 강조했다.

심영섭 위원도 "근본적으로 방송소위에서 심의를 편향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능한 최대치의 결과를 냈다"며 "그 과정에서 저도 불만을 가진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다만 심 위원은 방통심의위 상임위원들이 전 위원의 복귀 문제를 이날 방송소위 회의 전에 해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심 위원은 "이 상황이 유감스러운 점은 상임위원들이 파행 원인 제거에 노력했어야 했다"라며 "회의에 올 때가지 이런 문제가 불거져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의견진술까지 불러놓고 회의를 앞으로 얼마나 더 파행을 겪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전 위원은 다수 위원들의 유감표명에 "앞으로 좀 더 많은 대화를 구하겠다. 제가 좀 덜 성숙했던 관계로 그런 형태로 표출된 듯하다. 양해를 구한다"며 "방통심의위가 독립적인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 역할이 있다면 다해나갈 생각이다. 규정과 원칙을 가지고 생각하면서 심의하겠다"고 말했지만, 방송소위는 휴회 끝에 결국 산회됐다.

이날 방송소위에서는 의견진술 청취 2건, 의결보류에 관한 건 1건, 방송심의에 관한 건 2건 등 총 5건의 의결사항과 1건의 보고사항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전 위원의 복귀, 이어진 위원들의 유감표명이 방송소위 산회로 귀결되면서 파행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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