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K-리그에서 가장 인기 좋은 슈퍼 매치가 많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수도권의 두 거인 수원 삼성과 FC 서울 간에 치열한 매치가 벌어져 많은 골도 터지고 여기에 구단의 역대 최다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차면서 하나의 축제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경기 내용이 좋았던 만큼 관중들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K-리그 명품 더비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면서 K-리그 팬 그리고 관계자들을 모처럼 흐뭇하게 했던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K-리그가 재미없다고 하는 편견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경기당 3골이 터지고 있고 0-0 무승부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확 눈에 띌 만큼 관심이 높아지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미디어 노출이 상대적으로 야구에 밀린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긴 합니다만 그에 앞서 K-리그가 그만큼 흥행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그에 대해 연맹 차원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얼마 전 아는 기자님과 K-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뭔가 와 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프로야구는 나름대로 옛날 선수, 기록에 대해 지금도 많은 팬들이 기억할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프로 축구는 그런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야구와 축구를 비교하는 것이 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 이야깃거리 부분에 대한 차이는 상당히 공감 가는 면이 많았습니다. 여기에서도 역시 미디어적인 요소가 물론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겠지만 그런 만큼 연맹이나 각 구단에서 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해낸 것이 있는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K-리그 흥행을 위해서 최근 각 구단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또 순위 레이스가 어느 때보다도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고 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이야깃거리 문제 때문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은 골이 터진다 해도 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만 한 색다른 흥미꺼리가 나타나지 않다보니 관심 또한 획기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구단도 15개나 되고 양적인 면에서는 분명히 선진국형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K-리그라고 하지만 이를 흥행으로 연결시킬 만 한 킬러 컨텐츠가 많이 없다보니 여러 가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 자주 찾아옴에도 전혀 누리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되기만 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 '클래식 풋볼-라이벌'이라는 코너를 통해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영남 지역 더비'를 주목한 바 있었습니다. 한국의 남동쪽에 위치한 두 팀의 역사가 깊고 나름대로 치열한 명승부가 자주 펼쳐졌으며, 특히 2001년 울산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뒤 오히려 울산이 포항에 힘도 못 쓰는 계기를 만들었던 김병지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해당 부분을 자세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FIFA에서는 나름대로 관심을 크게 가졌으니까 이 코너에 소개를 해서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만, 정작 국내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참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내재된 이야깃거리가 있고, FIFA에서도 흥미를 가질 만큼 큰 매치임에는 분명했음에도 이를 더욱 부각시킬 만 한 더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 컨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다보니 국내에서는 '명품 매치'가 '평범한 매치'로 인식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K-리그가 이런 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수원-서울 매치를 보면 충분히 K-리그도 능력을 발휘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수원과 서울은 여러 가지가 골고루 어우러져 명품 더비로 거듭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힙니다.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가 수원 삼성과 '지지대 더비'로 시작된 이래로 10년 넘게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왔고 그만큼 치열한 명승부와 선수들의 활약상이 이어지면서 내용적으로 참 재미있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습니다. 여기에 두 팀 서포터들의 자존심 대결과 구단들의 의지가 더해지면서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양산되고 그래서 항상 수만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슈퍼 매치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는 K-리그인 만큼 앞으로는 15개 구단(광주, 충청 지역이 앞으로 창단되면 더 많아지겠지요)의 양적 성장만큼이나 질적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루는데도 초점을 맞춰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잠재돼 있는 흥미꺼리, 이야깃거리를 끄집어내서 보다 다양한 슈퍼 매치를 양산하고 많은 팬들에게 많은 기억과 추억을 남겨 지속적인 흥행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K-리그에는 분명히 흥행 요소가 곳곳에 잠재돼 있고 지금도 작게나마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도시연고제를 도입하면서 '내 팀'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구단에 대한 또는 다른 구단과의 관계에 대한 확실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역적으로든 또 선수나 감독을 통해서든 아니면 경기 승부를 통해서든 이야기가 될 만 한 것을 끄집어내서 선수와 구단에는 경쟁심을, 팬들에게는 흥미와 색다른 재미거리를 불러일으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K-리그도 이제 역사적으로 30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구단은 이제 15개로 늘어나면서 한국 프로 스포츠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팀을 보유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큰 덩치만큼이나 아직까지 딱 기억에 남을 만 한 이야깃거리 하나 제대로 없다면 참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 축구 역사를 지닌 한국 프로 축구 K-리그가 보다 많은 팬들과 호흡하고 최고의 흥행 리그로 발전하기 위해 더욱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양산되고 그에 맞춰 미디어 노출도 더욱 늘어나면서 더 이상 '재미없다'는 편견이 나오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K-리그, 이야깃거리 많은 K-리그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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