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열린 남아공월드컵에서 그는 축구종가를 살릴 스타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심각한 부진과 잇따른 구설수로 오히려 자국 내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으며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뛰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골을 집어넣으며 재기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필드골은 아니었지만 그동안의 부담감을 씻어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골이었습니다.

'잉글랜드의 자존심'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01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경기 만에 시즌 첫 골을 뽑아냈습니다. 루니는 지난 29일 새벽(한국 시각),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전반 32분 라이언 긱스가 얻은 패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습니다. 루니의 골에 뒤이어 루이스 나니,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연속골에 힘입은 맨유는 3-0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승리를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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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날 경기에서 중요했던 것은 루니가 5개월 동안 이어졌던 골 침묵이 깨뜨릴 것인지 여부였습니다. 루니는 지난 3월 31일, 2009-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골을 넣은 뒤 5개월 동안 공식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역시 지난 3월 21일 리버풀전 이후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루니가 그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잃은 것은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뮌헨전 때 입은 발목 부상으로 이후 리그에서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갖지 못했고 결국 팀의 리그 최초 4연패 도전이 무산됐습니다. 또 잉글랜드 출신 선수가 리그 득점왕을 10년 만에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부지런히 골을 넣은 디디에 드로그바(첼시)에 의해 깨지고 말았습니다.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는 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초 기대감이 컸지만 월드컵 16강전까지 무득점에 그쳤고, 이렇다 할 활발한 움직임도 보여주지 못해 팬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결국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끝에 16강에서 탈락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급기야 자신을 비난하는 팬들을 향해 되받아치다 구설수에 올라 사과하는 등 잇따른 파문으로 실망시켰습니다.

이후에도 좀처럼 루니의 부진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막전에서도 골 침묵을 지킨 사이 지난해 득점왕 타이틀을 빼앗아갔던 드로그바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대조를 이뤘습니다. 급기야 2라운드 풀럼전을 앞두고는 위통증이 일어나 결장했고, 팀은 2-2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지난해와 다르게 조금 역할에 변동이 생긴 루니이기는 했지만 누가 뭐래도 루니는 맨유를, 또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골잡이였기에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장기화되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3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루니는 달라졌습니다. 최전방이었지만 다소 처진 위치에서 베르바토프, 나니 등 파트너 공격수들이 원활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움직임과 패스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전반 32분 패널티킥을 오른발로 침착하게 차 넣으며 5개월간 이어졌던 골 침묵을 깨는데 성공했습니다. 골을 넣은 뒤 그동안의 마음고생 때문이었는지 웃음 띤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속이 후련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루니의 활약에 대해 크게 만족하면서 "그는 경기를 즐겼고, 에너지가 넘쳤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을 것"이라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선수 개인도 마찬가지겠지만 맨유 입장에서나 잉글랜드 대표팀 입장에서 모두 루니의 부활은 아주 중요합니다. 또다시 리그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또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해서 골감각이 탁월한 루니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완전한 부활은 아니었다 할지라도 이번 골을 통해 루니 개인으로나 많은 사람들은 '부활의 신호탄'이 됐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긴 골 침묵을 깬 루니가 이번 웨스트햄을 기점으로 다시 예전 모습을 회복하면서 상승세를 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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