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국내에 머물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안 전 의원은 서울 마포에 위치한 자신의 싱크탱크 '미래'의 사무실에서 아주경제 기자와 마주치자, 도망치듯 건물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실망을 넘어 허탈하다. 정치인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될 지경이다.

▲안철수 전 의원.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안철수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친 뒤 1달 만이었다. 이 자리에서 안 전 의원은 독일을 거점으로 세계 각지를 돌며 한국의 새 먹거리를 찾아오겠노라고 다짐했다. 안 전 의원은 "성찰과 채움의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독일을 첫 행선지로 택한 이유로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란 점, 기술이 뛰어난 강소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조를 갖춘 나라라는 점,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가진 곳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당시 안철수 전 의원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해 많은 언론인들이 기자간담회 현장을 찾았다. 안 전 의원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언론은 안 전 의원이 독일을 시작으로 견문을 쌓는 것에 의미를 두고, 안 전 의원이 언제 어떤 비전을 갖고 돌아올지,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22일 독일로 떠난 줄만 알았던 안철수 전 의원이 마포의 한 빌딩에서 '포착'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독일로 떠나겠다던 정치인이 무려 40일이 지난 시점에 아직도 한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황당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바른미래당 전당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 전 의원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것은 전당대회에 개입하려 했던 것이 아니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안철수 전 의원이 아주경제 기자를 만나자 황급히 줄행랑을 친 점도 아쉽다. 당황했겠지만 최소한 아주경제 기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해명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안 전 의원은 엘리베이터를 뛰쳐나가 비상계단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도망치듯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이 장면은 아주경제 기자의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안철수 전 의원 입장에서 해외로 나간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게 수치스러웠을 수 있다. 그래도 안 전 의원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상황을 차분히 설명하고 변명이라도 했어야 했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 도망치고, 그 모습을 영상까지 찍혀 이제는 전 국민적 조롱거리가 될 처지다. 5년 9개월 정계에 몸담았던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2010년 MBC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청년사업가 이미지를 얻고, 청년멘토로, 4차 산업혁명전문가로, 한 때는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됐던 안철수 전 의원. 이제는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허탈함까지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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