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보수언론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에 기업 걱정이 태산이다. 조선일보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업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반면 경향신문은 공정한 경쟁이 룰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22일자 조선일보 사설.

22일자 조선일보는 <공정위에다 검찰까지 불공정거래 수사권 가지면> 사설에서 "전속고발권은 경쟁 기업 간 잦은 형사 고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라며 "하지만 공정위가 이 권한을 이용해 기업에 군림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에 더해 검찰까지 이중으로 수사를 받게 된다"며 "검찰은 지금도 기업에 대해 무한대에 가까운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30대 대기업 가운데 검찰 수사를 받지 않은 기업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한국 검찰은 최초 수사 목적이 여의치 않으면 별건 수사로 방향을 틀어 기업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인을 구속하는 일을 예사로 하는 곳"이라며 "앞으로 검찰에 고소 고발전이 벌어지고 검찰이 별건 수사까지 하게 되면 기업 환경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마다 공정위에 불공정거래 신고가 접수된 기업의 80%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이라고 한다"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대기업에 비해 경영 상황이 열악한 기업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EU, 독일, 스페인 등에는 공정거래 위반 처벌 규정 자체가 없고 주로 행정처분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우리처럼 전속고발제를 둔 일본에서도 처벌보다는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분이 대부분이라고 한다"며 "공정거래 관행은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나 과잉 수사, 과잉 처벌로 기업이 피해를 보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중앙일보는 <공정거래 전속고발권 폐지, 국회에서 재검토해야> 사설에서 "전속고발권 폐지가 실효성보다 부작용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발이 남발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검찰이 기업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통제권을 강화하면 기업의 생산 및 영업활동이 위축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공정거래 분야에 대한 검찰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며 "자칫 기업 수사가 막히면 별건 수사로 이어질 수 있고, 검찰이 특정 기업을 담합 혐의로 기소한 뒤에 무죄로 판결나더라도 기업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된다. 그나마 대기업은 법무팀을 동원하거나 법무법인에 의뢰해 대응할 수 있으나 중견·중소기업은 그럴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앞세워 기업을 압박하고 고위 간부 취업을 알선하는 등 제도를 악용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운영의 문제이지 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앞으로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에 대한 후속 논의를 할 때 기업·소비자 등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전속고발권 폐지보다는 의무 고발 요청 기관이 고발요청권 행사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수정하는 게 합리적 해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22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공정한 경쟁의 룰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전속고발제 폐지, 공정한 경쟁룰 정립의 계기 되기를> 사설에서 "그동안 공정위는 전속고발제 폐지가 고발의 남용을 불러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며 "일리가 아주 없지는 않은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공정위의 독점 권한이 초래하는 폐해가 너무 컸다"며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틀어쥐고 재벌이나 강자의 편에서 담합행위를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처리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이같이 불공정한 행태가 활개칠 수 있던 배경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버티고 있다"며 "검찰이 개입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가 수사기관의 개입을 차단하고, 담합 관련 조사를 독점하면서 '담합업체 봐주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공정위 출신 직원의 로펌 영입이 잦은 이유가 이런 '검은 커넥션'과 무관하다고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번 조치로 공정위가 38년간 누리던 독점이 깨지고 담합사건에 대한 조사나 수사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담합이 사라지고 공정한 경쟁의 룰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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