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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2018] ‘아말’- 혁명 그 후 거리에 선 소녀 아말, 그 희망의 고단한 여정[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8.08.22 00:58

아버지에게 딸이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란 말이 있다. 아들 딸 차별이 아니라, 아들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단 말은 잘 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딸은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존재다. 그렇게 자신을 애지중지 키워준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아버지를 잃고 거리로 나선 소녀가 있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희망'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이집트 소녀 아말이다. 아말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희망'찬 삶을 살았을까?

2010년 튀니지에서 일어난 시위를 계기로 아랍 민중들은 독재 정권에 대항하여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아랍의 봄'이라 명명된 이 민주화 운동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등으로 퍼져나갔다. 우리에게는 피라미드의 나라로만 막연하게 알려진 관광국, 하지만 국민의 40% 이상이 빈곤선 아래의 삶을 유지하는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 그곳에서는 이미 2008년 야권 지도자들과 노조를 중심으로 시민 불복종과 파업으로 시발된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었다. 

아버지를 잃고 거리로 나선 소녀 

다큐멘터리 영화 <아말> 스틸이미지

구타와 고문으로 사망한 청년 칼리드 사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이집트에선 무바라크 정권의 인권 유린 행위에 항거하여 전국적인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평화 시위를 주장하며 시위대는 행진했지만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제막 십대에 들어선 소녀 아말의 아버지 역시 목숨을 잃었다. 경찰이었던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는 진압하던 경찰들의 맞은편에 섰다. 그리고 이제 소녀 아말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거리로 나선다. 

다큐는 혁명 당시 14살이던 아말을 그녀가 19살 성인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쫓는다. 14살의 소녀 아말은 사라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정부에 대한 분노로 승화시키며 거리로 나선다. 짧은 머리, 후드 차림의 소녀는 또래의 소년들과 함께 거리를 지킨다. 

그렇게 거리에 선 아말의 현재 사이에 간간이 아버지가 찍었던 어린 시절 아말의, 막 앉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티 없이 밝기만 했던 화목했던 가정의 딸 아말과 그 가족의 특별한 날 찍었던 홈비디오를 끼워 넣으며 '민주화 운동'이 아말의 가정에, 아말에게 가져온 비극을 대비시킨다. 

투사 그리고 여자 

다큐멘터리 영화 <아말> 스틸이미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 하지만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 '소녀'인 아말이 거리의 투사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늦은 밤 함께 시위를 벌이던 동료들은 그녀에게 더 늦기 전에 집에 돌아가라 타이른다. 반발하는 아말, 나도 너희랑 똑같은 동지인데 왜 나만 돌아가라고 하느냐고. 돌아오는 대답은 '너가 여자이니까.' 

그 동지의 대답은 아말은 좌절시킨다. 하지만, 또래로 보이는 남자들과 축구를 하며 밝게 웃으면서도, 때로는 그들이 자신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지 않고, 아니 남자처럼 대했을 때 역시 아말은 혼란스럽다. 그러면서도 늘 아말은 당당하게 자신은 여자이지만 너희와 똑같은 동지라 주장한다. 

14살, 15살, 16살, 거리의 투사로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아말에게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동지는 2013년 군부 쿠데타 과정에서 아버지처럼 사라졌다. 아말은 진압하는 경찰들에게 머리채를 질질 끌려 다녔다. 그리고 혼돈의 과정은 그녀의 팔목에 몇 개의 상흔을 남긴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말> 스틸이미지

거리에서 그녀가 목격한 진실에 의거, 선거를 통한 덜 나쁜 사람을 뽑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선택적 정의에 분노하던 아말.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미성년자인 그녀에게는 선거권이 없다. 그저 편의적 선택을 하는 엄마와의 설전 뿐. 그리고 동지이자 새로운 연인이 된 친구는 그녀를 '여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려고 하는데. 

1981년부터 장기 집권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을 시민들의 힘으로 권좌에서 내몰 때만 해도 이집트에는 민주화의 서광이 비춰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14살 소녀 아말이 19살 성인의 문턱에 들어서기까지 이집트는 선거를 통해 집권했던 이슬람 형제단 소속의 무르시 대통령이 전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한 채 '종교독재'를 하다 결국 1년여 만에 군부에게 감금당하고 만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압델 파타 엘 시시 장군. 2014년 시위도중 잡힌 사람들에게 무더기 사형 선고를 비롯하여, 자신을 비판한 앵커 추방 및 길거리에서 시민 인터뷰한 기자 체포 등의 언론 탄압 등으로 민주화 세력을 짓밟는 한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 2018년 현재까지 정권을 연장하고 있다. 아랍의 봄은 이렇게 끝이 안 보이는 겨울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거리로 나섰던 소녀 아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엄마와의 설전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던 소녀는, 여자라 해서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던 당찬 소녀는 이제 히잡을 곱게 쓰고 대학 시험 준비를 하는 소년가 되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래 거리로 나서 공부라는 것과 담쌓고 지냈던 시간. 약학을 공부하고 싶던 소녀는 대신 판사인 엄마,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학을 전공하고자 한다. 

너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가던 그 경찰이 되는 게 괜찮겠느냐는 친구의 질문은 아말에게 숙제로 남는다. 스스로 체제의 일부분이 되어 가는가, 아니면 그 체제의 내부에서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인가, 낙오자가 될 것인가. 실패한 혁명, 아버지와 연인을 잃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소녀는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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