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 2013년 KBS가 특정 환경단체 인사에 대해 편파보도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KBS 사장은 길환영 전 사장이다. 염형철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KBS보도에 국정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상돈 의원 주최로 이명박 정부의 사대강 반대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염형철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KBS가 자신에 대한 편파적 부정보도를 했다고 비판했다. 염 전 사무총장은 "제 인생에서 유일하게 조중동 사설에 동시에 이름이 오르고, 공중파 3사의 주요뉴스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게 2013년 6월 27일이었다"며 "염형철 하면 매국노가 연관 검색어로 뜬 사연"이라고 밝혔다.

이상돈 의원, 4대강 환경운동가 불법사찰 국정원 고발 의사 밝혀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들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염형철 전 사무총장은 "2011년 태국에서 큰 홍수가 있었는데 태국 정부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수자원공사가 몇 가지 사업에서 우선사업자로 선정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염 전 사무총장은 "그 부분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국내에서 실패여론이 높은 4대강을 국외로 수출하고 외국에서 호응을 받는다는 내용을 홍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며 "저희 같은 단체들은 환경의제가 국제적 의제다보니 태국 단체의 요청에 따라 4대강 사업에 대해 설명하러 태국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염형철 전 사무총장은 "그러던 중 6월 27일에 2박3일 출장을 거쳐 귀국하던 날, KBS 기자로부터 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며 "활동과 관련한 질문이었는데, 내용이 대단히 불순해서 충분히 전후사정을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방송3사와 다음날 아침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이 일제히 저와 관련한 기사를 게재했다"며 "KBS 제외하고는 한 곳도 취재를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염형철 전 사무총장은 "KBS 보도 내용은 환경운동연합이 수자원공사를 헐뜯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이었고, 데스크 분석까지 해가며 '도 넘은 NGO'라고 보도했다"며 "이후 며칠 동안 지속적으로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염 전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서 KBS 담당팀에 여러 차례 문의를 했고, 확인된 것은 담당팀의 반대에도 데스크에서 일방적으로 '무조건 조져라'는 지시에 의해 방송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고 폭로했다.

염형철 전 사무총장은 KBS 보도에 국정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염 전 사무총장은 "최근 듣기로는 국정원에서 취재하라는 제보·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바 있다"며 "이런 기사가 난 이후에 언론과 포털에 댓글이 난무했고, 그 과정에서 염형철 매국노라는 연관검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염형철 전 사무총장은 "국정원의 치밀한 공작과 지시가 아니었다면, 그런 일이 존재할 수 없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들을 말하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를 넘어서까지 상당부분 (국정원 공작이) 진행됐을 거라고 추측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보도 당시 KBS 내부와 언론계에서도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다. 염형철 전 사무총장을 비판했던 KBS의 <환경단체 '수공, 물 사업 능력 의문' 발언 파문>, <데스크 분석, 도 넘은 NGO 활동> 리포트는 관련 부서들이 반대했음에도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난 2013년 7월 1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뉴스모니터 보고서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보도와 물타기로 일관하던 KBS 뉴스가 새누리당의 NLL대화록 공세 국면에서는 춤을 추더니, 이제는 한 시민단체에 대해서 취재의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은 채 막가파식으로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특히 관련돼 있던 부서들의 반대에도 보도본부 수뇌부의 '무조건 조져' 명령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이제 뉴스가 특정인의 사유물이 됐다는 판단이 든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직접 취재가 아닌 태국의 한 인터넷 신문 보도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수자원공사를 비난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환경운동연합을 '국익에 해를 끼치는 파렴치한 단체'로 묘사했다. 보고서는 환경운동연합의 반론이 있었지만 철저히 무시됐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데스크 분석>이었다고 한다. KBS본부는 "명색이 부장급 기자가 나와서 리포트를 할 정도면 뉴스는 그만한 품격을 갖춰야 한다"며 "그러나 데스크 분석은 모호한 주장과 일방적 비난으로 가득 찬 정치적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환경운동연합의 반론을 무시하며 누군가를 계속 비난하지만 왠지 비판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당시 KBS본부는 "취재 과정이 정당하지 못하면 결과적인 오보를 방어할 수 없다"며 "뉴스의 오보 여부는 추후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결과적 오보로 판명될 경우 KBS뉴스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KBS 보도책임자였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나는 국정원과 거래를 한 사실이 결단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국장은 "당시 KBS 담당 국정원 I/O는 길환영 전 사장의 후배였다"며 "그러나 길 전 사장이 보도에 관여한 것은 맞지만, 대부분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등에 대해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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