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C의 대주주로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새 이사진 선임에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자유한국당 개입을 시인하면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전국 24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긴급토론회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선임이 밀실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입법 미비 문제를 지적하며 투명한 선임절차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8 공영방송 이사선임 문제점과 개선방안'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새 방문진 이사가 임명되던 지난 16일, 이효성 위원장이 시민행동과의 면담에서 방문진 이사 선임 과정에 자유한국당의 개입, 특히 김도인·최기화 이사를 관철시키라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시와 압박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24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방송독립 시민행동'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2018 공영방송 이사선임 문제점과 개선방안'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박태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있어 투명한 절차를 수립하고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 방송법은 KBS·MBC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권한을 방통위로 명시하고 있지만 어떻게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시행령 등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정책위원은 "김성태 의원이 강압적으로 방문진 이사 선임을 지시하고, 이것을 방통위원장이 시인하는 일련의 사태는 방송 역사상 최악의 사례"라며 "정치권의 입김을 벗어나 방통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영방송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 출발로 이제는 주먹구구식 밀실 이사선임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정책위원은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공영방송 이사선임 위원회'(가칭)설치 및 운영에 관한 내용을 명시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언론당사자, 대표성 있는 시민단체, 방통위 대표자, 국회 대표자 등으로 구성되는 '공영방송 이사선임 위원회'를 시행령에 명시해 해당 기구에서 공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공개적인 이사 선임 절차를 밟자는 주장이다.

박 정책위원은 "법률적 행위에 대한 규정사항은 시행령으로 명시되는 게 일반적인데,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대해 세부적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 조항은 전혀 없다"며 "그러다보니 계속 밀실에서 정치권 야합에 의한 이사 선임이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방송의 독립성을 좌우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방통위의 설립 목적에 따라 이사선임 제도에 합리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도인·최기화 이사 등 자유한국당 추천 이사들 외 나머지 7명 이사에 대한 선임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시민행동은 성평등 가치와 지역대표성을 살리지 못한 이사선임이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7명의 이사들에 대해서도 정치권 추천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김도인·최기화 이사 등 MBC 구성원들이 '적폐 인사'로 꼽는 인물들을 정치권이 관철시키려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토론에 나선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김도인·최기화, 그 두 사람만 문제인가 하면 그건 아니"라며 "방문진 이사 9명 중 부적격자 더 많다. 부적격자가 아니더라도 좀 더 적임자가 있었는데 전부 피해가는 선임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시민행동은 지역대표성과 여성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결국 방송을 가지고 정치권이 자리를 나눠먹는 식이다. 국회가 공영방송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 논의 자체를 시민드과 함께 하기 위해 판을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도 "나머지 7명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과연 7명은 정치적 고려 없이 독립적으로 선임한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여성이사는 고작 2명이다. 지역대표 이사는 배제됐다. 방문진 사태에 있어 한국당 야합과 더불어 촛불혁명이 제시한 부분을 방통위가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평가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여권 추천 몫으로는 김상균 이사장과 김경환·유기철 이사가 연임하게 되었으며 신인수 변호사, 문효은 이화여대 교수, 최윤수 변호사 등이 선임됐다. 강재원 동국대 교수는 바른미래당 추천으로 신임 이사가 됐다.

한편, 김석진 방통위원에게 김도인·최기화 이사 선임을 관철시키라는 지시·압박한 김성태 원내대표는 방통위법과 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MBC 구성원들로부터 제기됐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도인·최기화를 관철하지 못하면 당신(김석진 위원)이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김석진 위원도 '관철시키지 못하면 내가 그만둬야 할 판'이라고 했고, 이효성 위원장도 '김석진 위원이 그만두면 한국당이 어떤 위원을 보낼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전부 시인한 것"이라며 "현행법 위반을 이렇게 뻔뻔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분개했다.

김 본부장은 김 원내대표가 방통위법과 형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 설명에 따르면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조와 8조에서는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과 방통위원의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형법 123조에서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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