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MBC 주말드라마 <숨바꼭질> 제작진이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촬영이 진행된 27일 동안 하루 평균 약 17시간을 제작현장에서 보냈다.

▲MBC 드라마 <숨바꼭질> 포스터 (사진 제공=MBC)

19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게시판에는 자신을 MBC 드라마 <숨바꼭질>의 스텝이라고 밝힌 익명 제보자의 글이 게재됐다. 제보자가 한빛센터에 공개한 촬영일지에 따르면 <숨바꼭질>은 촬영이 진행된 27일 동안 456시간의 촬영을 진행했다. 하루 평균 약 17시간의 촬영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41시간 30분의 촬영이 진행되기도 했고,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91시간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시간이 가장 적었던 날이 9시간 10분이었다.

드라마는 통상적으로 제작진을 2개 팀으로 나눠 촬영을 진행한다. 장시간 노동을 피하고 휴식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촬영팀, 연출팀, 미술팀 등을 모두 2개 팀으로 분리한다. 그러나 <숨바꼭질> 제작진은 촬영팀만 2개 팀으로 분리했다.

따라서 연출·소품·의상·미술팀은 실내·외와 관계없이 촬영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촬영팀과 달리 배우 스케줄 관리, 촬영장소 섭외, 의상 준비, 소품 제작 등의 업무를 한다. 촬영장소와 상관없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인력이다.

<숨바꼭질>의 스텝 A 씨는 미디어스에 “연출부와 미술팀은 완전 풀 디졸브(잠깐의 휴식 후 다음날 촬영현장에 투입되는 노동과정을 묘사하는 용어)”라며 “촬영이 없는 날도 출근해서 다음 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 한빛센터에 올라온 드라마 <숨바꼭질>의 촬영 일지 (사진 제공=한빛센터)

이처럼 <숨바꼭질> 제작진이 정부가 내놓은 '주 68시간' 정책을 따르고 있지 않지만, 규제할 방도는 없다.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6개월간의 처벌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또한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올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본인을 <숨바꼭질> 스텝이라고 밝힌 닉네임 ‘hell’은 한빛센터에 “(나는) 취침시간마저 침해 받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MBC 드라마 <숨바꼭질> 촬영현장은 아직도 밤낮 구분 없이 일주일 대략 70시간 이상을 촬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운 땡볕 아래 멈춰있는 시간 속에 일을 하는 저희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숨바꼭질>의 스텝 B 씨는 미디어스에 “(한빛센터에 제보된 촬영일지는) 사실”이라며 “촬영 당시 폭염 특보·경보가 내려져서 (스텝들에게) 포도당 캔디를 먹으면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는 “현재 촬영팀에 문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담당 제작자인 김승모 PD는 “구체적으로 촬영 시간과 휴식시간을 강제할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촬영을 하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현재 (노동시간 단축의) 과도기라서 노력은 하는데 티는 나지 않는다”며 “필요성이나 촬영 스텝이 힘든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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