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구청 등에서 주민 명부를 빼내 선거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직선거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대한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20일자 한겨레는 새누리당의 불법 선거운동 정황을 폭로했다. 한겨레는 1면 <유권자 72% 전화번호 빼내 불법선거…"구청서 통째로 받아"> 기사와 4면 <구청은 개인정보 넘기고, 정당은 빼내는 '선거 커넥션'>, <"유권자 10% 휴대전화 번호 확보도 어마어마" 정치권 "70%는 합법적으로 불가능" "충격적"> 기사를 게재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서대문갑 지역 유권자 명부'에는 지역 유권자 전체인 13만1000여 명의 이름, 주소, 주민번호 앞자리가 적혀있고, 7만4398명의 유선전화번호, 4만8670명의 휴대전화 번호가 담겨있었다고 한다. 중복된 연락처를 제외하면 서대문구 전체 유권자의 71.9%에 달하는 수치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의원실에서 일했던 A씨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2011년 10월 무렵, 새누리당 현역의원이었던 이성헌 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유권자 명부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이 보좌관은 구청에서 빼왔다는 주민명부를 주며 과거 선거 때 제공받은 선거인단 명부, 당원 명부 등과 합쳐 서대문갑 유권자 명부를 새로 만들어줬다"고 폭로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개시와 함께 제공되는 선거인단 명부는 전화번호가 없어, 구청 전산망에 나와있는 주민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바탕으로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취합한 최종 유권자 명부에는 당시 서대문갑 지역구 14개 행정동 전체 유권자의 연락처 정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부는 동별, 유권자 정보별로 쪼개져 선거운동원·아르바이트들에게 전달됐고, 직접 통화와 문자 전송 등을 통해 선거운동 자료로 활용됐다고 한다.

이 같은 개인정보 불법유출은 서대문갑 지역구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영감(의원)들이 '연락처 얼마나 확보했느냐'고 매일매일 묻는다. 불법이든 뭐든 연락처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선거 승리의 관건"이라며 "영남처럼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지역을 제외하고 접전이 벌어졌던 서울 다른 지역구와 충북 지역 등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 정보를 모으는 일을 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구청장이 우리당 소속이면 좀 더 편안하게 구했고, 민주당 소속이면 '시크릿 정보'로 취급해 신중하게 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주민 정보는 공무원을 통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정보"라며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운동 위반은 공소시효가 10년이라 경찰이 수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공무원도 문제지만 자료를 받은 사람도 공범이고, 활용한 사람들도 공범으로 볼 수 있다"며 "하위직 공무원이 자기 판단으로 했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배후까지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라면 개인정보를 함부로 빼낸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정보처리자가 빼줬을 것이고, 당연히 정보를 받은 사람도 알면서 받았을 것"이라고 봤다. 이 사무총장은 "정보처리자를 교사한 사람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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