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응급실 긴급치료 도저히 예능에서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나와서도 안 될 단어들이 빼곡히 채워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유재석 조차 정색을 할 정도로 고통은 이들의 몸에 덕지덕지 붙은 파스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 8월은 고통의 달(29일이 경술국치일)이라고 외치며 이겨내려 하지만 길들여지지 않는 것이 고통이라고 했다. 안 아프면 레슬링이 아니라며 꾹 참아내며 WM7은 피날레 문턱에 도달했다.

무한도전 사상 가장 위험한 도전으로 꼽힐 WM7의 마지막 윤곽이 드러났다. 이제 단 한 편만 남겨둔 WM7은 참 말도 탈도 많았다. 실제 경기에 몰린 무한도전 마니아들의 반응은 티켓을 47초 만에 매진시킬 정도로 뜨거웠지만 실제로 WM7의 전반적인 성적은 저조했다. 그런 WM7에 갑자기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레슬링협회와의 잡음이었다.

그리고 WM7은 쩌리 특집에서 다시 레전드를 향한 강력한 용트림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과연 이렇게 위험한 특집을 꼭 했어야 했나 하는 의문도 동시에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화면 곳곳에서 드러났다. 온몸에 파스와 테이핑으로 도배를 한 멤버들, 그리고 투혼이라고 감탄과 칭찬을 할 수밖에 없는 정준하, 정형돈의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었다.

못하는 게 없는 유반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정준하, 정형돈 두 사람의 눈물겨운 투혼은 무한도전을 예능이 아닌 다큐로 만들 정도로 처절했다. 혹자는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 부상도 당하고 기술도 소화해내지 못한다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무한도전 멤버들은 무한도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 레슬링 선수들처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을 탓하기 전에 지금까지 레슬링을 해온 방법 그 자체가 바로 아마추어 동호회다운 모습이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동호회 수준의 무한도전이 일 년 만에 번듯한 경기장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에 있다.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이들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생각할 수밖에 없고 더욱이 현장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고 더 어려운 기술을 구성하게 되고 급기야 박명수가 기술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박명수의 소극적 태도 반전을 위한 고육책?

무한도전이 끝난 후 그런 박명수의 모습에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그것은 대단히 이기적이고 문외한적인 태도이다. 평소와 달리 박명수가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정준하와 정형돈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모습이긴 했지만 기초적인 기술도 완벽하게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더 고급기술을 소화하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마저도 소화했으면 좋았겠지만 시도해보고 자신감을 잃은 것을 비난해서는 곤란하다.

기술에 대한 두려움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 박명수가 해보지 않고 거부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못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박명수의 소극적인 자세는 사실 편집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가뜩이나 길이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 박명수까지 비호감으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제작진이 굳이 문제가 농후한 장면을 여과하지 않은 이유는 피날레의 반전을 위한 고육책일 가능성 또한 대단히 높다. 박명수가 꺼리던 토네이도 DDT를 처음 배울 때는 분명 잘해냈다는 점을 상기해볼 필요 있다.

이미 경기도 지난 후여서 새삼스럽지만 구태여 말을 하자면 시청자는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프로레슬러 같은 완벽한 기술과 연기를 요구하거나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프로레슬러는 아닐 지라도 프로 예능인답게 자신들의 미션을 좀 더 완벽하고 화려하게 만들고 싶은 당연한 욕심을 갖게 됐을 것이다. 특히 손스타의 경우 자신의 티칭에 대한 레슬러들의 문제제기가 마음을 어지럽혔을 것이다.

스타가 된 멤버들에게 초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WM7

거기다가 4월의 MBC 총파업으로 경기가 지연된 것은 WM7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지만 오히려 기대치와 오기를 높였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 같은 사건이었다. WM7을 둘러싼 내외부의 문제로 인해서 손스타를 비롯해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 등 레슬링 우수반에게는 더 잘하고자 하는 오기를 발동케 했으나 그것은 레슬링 열등반에게는 더 가혹한 계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연습할 시간이 더 주어진 것과 외부의 잡음은 무한도전 전체를 자극해서 분발과 투혼의 동기를 부여했지만 열등반에게는 더욱 잔혹한 개미지옥에 빠지게 되는 계기였을 뿐이다. 유재석, 정준하, 정형돈의 우수반에게 WM7은 분명 레전드급 미션이 될 것이다. 이들은 일 년의 노력이 아깝지 않은 퍼포먼스와 눈물겨운 투혼까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열등반 박명수, 노홍철, 길에게 WM7은 최악의 미션이 되고 말았다.

무한도전은 모티브 자체가 무모하고 무리함에 있다. 그래서 WM7이 무리였다고 말하기도 참 어색하다. WM7은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전반적인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무한도전을 계기로 예능 스타로 떠서 몇 개의 고정 프로에 출연하는 귀한 몸이 되어버린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무한도전의 모토를 새삼 각인시키는 계기는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구르고 깨지면서 무한도전의 초심을 누군가는 되새겼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 앞으로도 무한도전 멤버이고 아니라면 무임승차자가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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