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를 보면 예측 가능한 재미가 있고, 예측하지 못한 재미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약팀이 강팀을 전혀 예상치 못하게 잡는 것을 후자로 들 수 있겠고, 라이벌이나 지역 더비가 주로 전자로 들 수 있을텐데요. 어떤 것이든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고, 그래서 스포츠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 아름다운 대결을 느낄 수 있는 경기가 K-리그에서 펼쳐집니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 매치로 불리는 '수도권 더비'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 다시 만납니다. 28일 저녁,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K-리그 19라운드 매치를 통해 만나는 두 팀은 지난 2008년 챔피언 결정전 때 만큼이나 피말리는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고하고 있어 이번에는 어떤 명승부가 펼쳐질 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집니다.

지금까지 57번 맞대결을 펼쳐 23승 14무 20패로 수원이 근소하게 앞서 있습니다만 올해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서울이 수원에 잇달아 승리를 거두면서 수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지난 4월 맞대결에서는 3-1 완승을 거뒀고, 지난 달 컵대회 준결승전에서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4-2로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등에 업고 마침내 컵대회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 수원-서울 경기 장면 ⓒ연합뉴스
공교롭게 두 경기 모두 양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 재미있습니다. 서울은 줄곧 선두권을 유지하고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나름대로 '우승의 한'을 풀어낸 반면 수원은 첫 경기 패배를 시작으로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결국 7년간 팀을 맡았던 차범근 감독이 중도 하차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수원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칼을 가는 심정으로 복수혈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수원이 뒤엎을지 아니면 서울이 싹쓸이에 성공하며 수원의 자존심에 완전히 먹칠을 가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번 경기가 어느 때보다도 더 기대되는 것은 이런 수원의 가슴 아픈 '사연'처럼 시즌 후반기에 두 팀 모두 중요한 시점에서 만나 또 한 번 희비가 '의미 있게' 엇갈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재 서울은 선두권 경쟁을 하고 있고, 수원 역시 4연승을 달리면서 최하위에서 8위까지 올라와 두 팀 모두 상승세에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두 팀 모두 상승세를 타면서 이전 두 차례 맞대결에 비해서 어느 정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라와 있고, 주축 선수들의 전력 역시 상승세에 있어 그야말로 '치고 받는' 수준을 넘어선 치열한 대결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만약 한 팀이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어느 때보다도 후유증이 상당할 가능성이 높아 후반기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양 팀은 그야말로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하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명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블로거 개인적으로는 양 팀의 대결 하면 떠오른 경기로 지난 2008년 챔피언 결정전을 꼽습니다. 치열한 명승부 끝에 송종국의 패널티킥 골로 수원이 2-1 승리를 거두면서 마침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는데 공교롭게 경기가 끝난 뒤 눈이 펑펑 내리면서 마치 꽃가루를 뿌리는 듯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짜릿한 전율을 느낄 만큼 이 순간을 언급하면 괜히 진한 감동을 얻기도 하는데요. 서울팬들 입장에서는 씁쓸한 경기였겠지만 두 팀 모두 치열한 명승부 끝에 승부가 갈린 뒤 하늘에서 마치 축복을 내리는 것처럼 눈이 펑펑 쏟아져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흥분하게 한 몇 안 되는 K-리그 경기였습니다. 단순히 눈 내리는 것 갖고 뭐 그러냐 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경기가 재미있었고, 때 맞춰서 눈이 내리면서 앞서 언급했던 예측 가능한 것과 예측 가능하지 못했던 것이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과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감동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양 팀의 전력이 챔피언 결정전 못지않게 올라와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서울은 데얀과 정조국을 앞세워 승리를 자신하고 있고, 수원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신영록과 염기훈을 앞세워 복수혈전을 꿈꾸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양 팀이 자신하는 비밀병기를 통해 기분좋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스토리가 있어 그 어떤 세계적인 더비 매치 못지않게 흥미를 모으는 K-리그 대표 더비 매치 수원-서울의 통산 58번째 만남. 과연 어느 팀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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