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예고됐던 KBS <뉴스9>·<생방송 아침이 좋다>의 서울-평양 이원 생방송이 반쪽 이원 생방송에 그쳤다.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취재를 위해 방북한 주요 언론사들 중 KBS는 북한 당국과 평양의 AP지국을 접촉해 이원 생방송을 성사시켰으나 MBC와 SBS측이 북측에 항의해 일부 방송이 송출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북한 취재와 관련해 남측 언론사 간 소모적 경쟁을 멈추고, 남북 언론 교류를 총괄하는 기구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BS 뉴스9'은 지난 14일 평양을 위성으로 연결해 현지에서 북한 소식을 직접 전하는 '서울-평양 이원 생방송'을 진행했다. 국내 방송사가 평양을 위성으로 연결해 뉴스를 진행한 것은 2008년 이후 10년 만이며, 지난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남북간 방송교류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내·외부 평가가 이어졌다.

KBS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15일에도 평양을 위성으로 연결해 뉴스를 진행하고, KBS2TV 아침 정보프로그램인 <생방송 아침이 좋다> 역시 15일과 16일 연이어 평양을 위성으로 연결해 생생한 북한의 소식들을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BS <뉴스9> 8월 14일 서울-평양 이원 생방송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15일 KBS <뉴스9>에서 서울-평양 이원 생방송은 없었다. <생방송 아침이 좋다>의 경우에도 15일에만 이원 생방송이 됐고, 16일에는 이뤄지지 않았다. KBS 관계자는 "(북한에서)연결이 안 된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방송계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MBC와 SBS측 항의에 의해 북한이 KBS 이원 생방송 연결을 거부해 발생한 것이다. MBC와 SBS는 남북교류협력단에서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취재에 있어 상호 협력한다는 협의가 있었는데 KBS가 단독 협상을 통해 이원 생방송을 성사시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SBS는 이번 KBS의 단독 협상이 곧 있을 평양정상회담 취재·보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KBS 관계자는 “유소년축구 취재 중계 이외의 사안에 대해 상호 협력한다는 협의는 없었으며, 풀단 구성도 별도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BS는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로 이원 생방송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원 생방송에 임했던 한성윤 KBS 기자는 16일 취재파일인 '취재후'에서 "평양에서 서울을 9시 뉴스에 생방송 연결한다는 건 마치 동전을 던져 앞면이나 뒷면이 나오는 게 아니라 동전이 세워질 확률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며 "하지만 KBS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가 있었기에, 여러가지 돌발 변수들을 넘어 생방송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기자의 취재파일에 따르면 KBS는 평양에 진출해 있는 유일한 해외 언론인 AP와의 접촉, 이후 계약을 통해 이원 생방송을 성사시켰다.

올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이 이뤄지면서 언론계는 남북언론 교류에 힘을 쏟고 있다. 언론계는 언론진흥재단, 방송협회, 기자협회, 인터넷신문협회, 편집기자협회, 언론노조, PD연합회, 6·15남측위 언론본부 등이 참여하는 비상설회의체인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언론회의'를 꾸리고 지난 9일 첫 모임을 개최했다. 그러나 평양지국 설치 등 북한 취재와 관련해 남측 언론사들의 경쟁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언론사 사장단 방북 대표를 맡았던 최학래 한겨레 고문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남북 언론교류, 무엇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최 고문은 "남측 언론의 소모적 경쟁 관계를 자제하고, 남북 언론 교류를 종합하고 정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남북교류 언론회의를 중심으로 정부와의 관계, 북측과의 관계를 총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 고문은 "남측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평양지국을 설치하려고 한다. 자유로운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평양지국의 실효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남측언론이 짝사랑하듯 북에 구애하기보다 서로 당당하고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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