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준이라는 캐릭터를 처음에 보면서 드는 생각이 이 불쌍한 캐릭터는 분명히 안타깝고 이해할 수 밖에 없는 배신을 하겠구나 하는 것이었는데요. 일단 팔봉빵집에서 두번째 경합 도중 춘배를 만나게 되면서 구마준은 김탁구와 팔봉빵집 사람들을 배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24회를 보고 이번 배신의 상대는 서인숙과 한승재가 될 것 같은데요. 그러기 위해 구마준은 김탁구와 손을 잡고 뒷통수를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그 이유를 살펴보기 전에 구마준이라는 캐릭터를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마준이라는 캐릭터는?

구마준은 김탁구에 이어 거성가의 차남입니다. 하지만 원래 김탁구가 거성가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거성식품에서 당연히 후계자 1순위였는데요. 사람들은 각자 사는 수준과 등급이 있다는 서인숙의 가정교육 아래 거성식품 후계자로서 우월의식이 대단하고 성격은 까칠하면서 더럽습니다.

그렇게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지게 되지만, 단 한가지 구마준이 가질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아버지 구일중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구마준은 구일중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구마준에게 있어서는 무뚝뚝하고 냉철해 보이는 아버지 구일중의 칭찬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바로 아버지의 사랑이었으니까요.

사실 구마준은 제빵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구일중에게 인정을 받아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고 싶을 뿐이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 김탁구가 구일중의 관심을 끌면서, 자신에게는 그렇게 무뚝뚝했던 아버지가 유독 김탁구에게는 따뜻한 말을 해주는 것을 보고 피해의식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단 한 번도 자신의 제빵실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구일중이 김탁구에게는 계속 오라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구마준은 관심도 없던 제빵에 대해서 배워서 자신도 구일중의 관심을 받으려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연히 서인숙과 한승재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고 자신이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 한승재의 아들임을 알게 되는데요. 하지만 구마준은 그런 사실을 부정하며 오히려 한승재와 서인숙을 원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더더욱 구일중에게 인정받아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려 하는데요.

결국 유학까지 다녀오고 구일중의 스승이 있는 팔봉빵집에 가서 인증서를 받으려 하죠. 그 와중에 어릴적 집을 나간 김탁구를 그 팔봉빵집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고, 아버지 구일중의 진짜 아들인 김탁구에게 시기심, 열등감을 느끼며 짓밟으려 합니다. 김탁구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구마준에게는 자신의 정체성 위협을 받게 되고, 자신이 거짓이라는 사실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구마준은 겉으로 완벽해보이고 까칠해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여리고 정에 굶주려 있었는데요. 김탁구와 함께 하면 할수록 김탁구의 그 특유의 친화성에 자꾸만 끌리게 되지만, 애써 부정하고 반발심에 더욱 모질게 대합니다.

구마준은 자신이 유학까지 갔다와서 월등히 뛰어남을 알고 있지만, 굳이 김탁구에게 제빵을 하게해서 경햡을 통해 공식적으로 누르며 우월함을 증명하려 하는데요. 신유경과 갈라놓으면서까지 2년간 김탁구가 제빵을 배우게 하고, 이후 경합에서 제대로 짓밟으려 합니다.

또한 신유경과 김탁구를 그렇게 갈라놓으면서 김탁구에게 상처주기 위해 신유경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 하는데요. 구마준은 김탁구의 모든 것을 뺏어버리겠다고 시작하긴 했지만, 어느새 신유경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구마준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숨긴 채 자신의 정체성에 불안감을 가지고, 피해의식, 열등감, 시기심, 복수심 그리고 외로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생기는 애정결핍까지 복합적으로 머리속이 복잡한 캐릭터인데요. 겉으로는 그의 삐딱함과 까칠함, 싸가지는 어디다 나두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얄밉기도 하지만, 내면속에서는 그 누구보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안타깝고 바보 같은 인물이죠.

구마준의 슬픈 프로포즈

이번 24회를 보면 구마준이 김탁구와 손을 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구마준이 김탁구를 얼마나 싫어하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구마준 역시 속으로는 김탁구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기 싫을 뿐이고, 여건상 김탁구라는 존재 자체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빼았겼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애써 싫어하는 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아무튼 구마준은 서인숙의 무리한 결혼 추진 때문에 날이 서있는데요. 서로의 목적 때문에 시작한 신유경과의 관계였지만, 구마준은 신유경에게 진심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자신을 위하는 거라는 명분을 덧씌운 서인숙의 욕심에 의해 사랑도 없는 결혼을 하라는 것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서인숙 : 이게 너 나쁘라고 하는 결혼이야? 다 널 위해서, 지지기반 다져놓자고 하는거잖아. 널 위해서 목숨 건 사람 한둘이 아니라고 했지. 근데 왜 정신을 못 차려?

구마준 : 누가 나한테 목숨 같은 거 걸라고 그랬냐고. 내가 그렇게 말한 적 없잖아요. 나 그 애 사랑한다구요. 나 신유경 사랑해요. 엄마. 그 애가 없으면 안 되요. 한순간이라도 그 애가 없으면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애. 안 보면 보고 싶어서 숨이 막히고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다구. 이제 나한테 아무도 안 남았잖아. 유경이 밖에 안 남았다구요. 엄마 알아요? 엄마 말고 거성 말고 나에게 남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구요.

서인숙 : 이런 모자란 녀석, 너 정말 엄마를 이런 식으로 실망시킬거야? 지금까지 너 하나만 믿고 지금 이순간만 기다리며 살아왔는데 그런데 너, 이런 식으로 엄마를 배신을 해?

구마준 : 엄마 제발! 엄마에게 상처주기 싫어요. 그러니까 나 좀 내버려두세요. 숨 좀 쉬게 해달라구요 좀.

서인숙 : 너야 말로 그런 약해빠진 소리는 당장 짚어 치우고 니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집중해. 신유경 같은 되도 않는 기집애 하나 때문에 내가 널 잃을 수는 없다. 절대로 그렇게는 못해. 그렇게 안 해. 니가 이러면 이럴수록 신유경의 인생은 더 괴로워질뿐이야 마준아. 그리고 넌 절대로 이 엄마 이기지 못해. 알았니? 9월 안으로 나진이와 약혼하는 걸로 하자. 그렇게 알아.

구마준은 그런 서인숙 때문에 미칠 것 같은데요. 자신을 위하는 거라며 무조건 밀어부치는 서인숙 때문에 답답해 죽을 것만 같습니다.

결국 구마준은 신유경을 만나 청혼을 하게 되는데요. 팔찌를 신유경의 팔목에 걸어주며, 주말 저녁 밥 먹을 때 꼭 하고 나오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신유경과 결혼하겠다는 의미, 어쩌면 그래서 시작될지도 모르는 불행의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가 나와 함께 하겠다면 나 역시 끝까지 가보겠다는 그런 의미"라고 하는데요. 서로를 이용하기 위해 시작된 관계라 그런 식으로 밖에 프로포즈를 할 수 없는 구마준이 참 안타깝더라구요.

구마준, 김탁구와 손잡을까?

구일중이 뇌졸증으로 쓰러지면서 병원에서 내 남편 살려내라며 날뛰던 서인숙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소리를 듣자 구일중을 집으로 옮기겠다고 하는데요. 의식이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좋은데, 서인숙은 굳이 구일중이 평소 병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으로 옮기면 더 빨리 나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구마준은 서인숙의 그런 행동 속에 숨겨진 의도를 눈치챈 듯 한데요. 지금 서인숙이 원하는 상황은 구일중이 죽지는 않고 살아있으면서 빨리 깨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것이 구일중 지분 때문이라는 것까지는 정확하게 몰라도, 서인숙이 목숨걸고 자신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김탁구가 자신의 집으로 찾아오게 되는데요. 어릴 때 집을 나간 이후로 절대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김탁구가 거성가의 장남임을 밝히며 찾아온 것은, 단순히 구일중 병문안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것을 직감한 구마준은 김탁구를 집으로 불러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깜짝 놀라는 서인숙과 한승재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황을 즐기게 되는데요.

이후 김탁구가 구일중의 지분과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구마준이 알게되면, 구마준은 김탁구와 손을 잡고 서인숙과 한승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도록 방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마준 역시 처음부터 후계자 따위는 관심이 없었고, 신유경이 서인숙에게 복수하려는 것을 도와준 것도 신유경을 뺏아 김탁구에게 상처를 줄려고 한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서인숙과 한승재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들이라는 것에 대한 원망도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자신 역시 서인숙과 한승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도록 복수를 하면서, 자신이 후계자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할 것 같은데요. 후계자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면 여러 사람들 목숨을 쥐고 있다는 부담감뿐만 아니라 억지 결혼에서도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내가 널 도와줄께 하면서 손을 내밀지는 않겠지만, 은근히 그 상황 속에서 구마준은 김탁구를 도와주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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