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광복절이 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얘기가 있다. 자유한국당의 '건국절' 타령이다. 자유한국당이 광복절 논평에서 1948년 8월 15일 건국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국 보수의 특수한 가치 중 하나인 민족을 배제한 자기정체성 부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관련기사 ▶ 건국절? 이승만 지하에서 통곡할 노릇)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과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 (연합뉴스)

15일 자유한국당은 윤영석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의 역사관이 염려스럽다"며 "문 대통령은 '1919년 건국일'을 언급하며 정부수립 70주년 기념행사는 별도의 대통령 메시지 없이 축소해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거쳐 1945년 일제로부터 광복을 되찾았고, 1948년 국제적으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음으로써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국가의 3요소가 완결된 건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건국 과정의 엄연한 역사를 애써 외면하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이란 사실마저 부정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 인식과 그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또 다시 국론분열을 부추기며 국제적 승인을 받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부 스스로가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일제의 강점과 이로부터의 광복이라는 민족의 역사적 아픔마저도 국론분열과 이념논쟁으로 이끌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며 "문재인 정부는 애국선열들께서 피와 목숨으로 지켜주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퇴색시켜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매년 광복절만 되면 1948년 건국절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보수언론도 이를 논란으로 받으며 보수진영은 1948년 건국, 진보진영은 1919년 건국을 주장하고 있다는 왜곡된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물론 국가의 3요소가 갖춰진 시기가 1948년이라는 측면에서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일면 일리 있다. 그러나 최소한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가치를 지향하는 정당이라면, 1948년 건국 주장은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 보수가 가지는 특수성 중 하나는 '민족'이라는 요소다. 다민족국가와 달리 한국은 (의미가 퇴색돼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민족국가의 요소가 강하다. 한 예로 최근 발생된 예맨 난민 수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표면적으로는 범죄의 우려, 이슬람에 대한 혐오 등이 표출되지만, 기저에는 한국인들 인식에 뿌리깊은 민족적 보수성이 자리잡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보수적 사고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 바로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자유한국당이 정상적인 보수정당이라면 대한민국 건국이란 것은 단순히 국가의 3요소를 갖췄는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한국이라는 민족 공동체 형성의 서사를 어떻게 구성하고 기념할 것이냐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각 나라마다 역사가 다른데 국가구성의 요소란 도식으로만 역사를 재단할 수 있는 건지도 따져봐야 한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축하식에 참석한 이승만 전 대통령. 왼쪽부터 맥아더 장군, 이승만 전 대통령, 윤치영 전 내무부장관. (연합뉴스)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역인 김구, 김규식 선생, 이승만 전 대통령, 이시영 전 부통령 등 임정인사들은 보수의 뿌리로 대접받아야 한다. 한국보수의 특성 중 하나인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보수세력이 이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뉴라이트를 비롯한 보수세력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만은 새롭게 평가하고 기념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물론 이 전 대통령의 '반공 의식'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이 이 전 대통령을 입에 담으려면, 이 전 대통령의 민족주의에 대한 존중이 선행돼야 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48년 광복절 정부 출범 행사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축하식'이라고 이름 붙였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당시 이승만 정부는 관보 제1호 발행일자를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표기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듣는다면 지하에서 통곡할 노릇이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정당이라면 스스로 보수의 정체성을 부정해서는 안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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