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걸그룹 소녀시대의 일본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다. NHK는 톱뉴스로 소녀시대 쇼케이스를 내보낼 정도로 일본열도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보아의 데뷔일이기도 한 25일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열린 소녀시대 쇼 케이스에 3회에 걸쳐 2만 명이 넘는 일본팬들이 몰려들어 일본은 물론 한국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보통의 한류가수들의 일본 쇼 케이스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기록제조기 소녀시대의 위력이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이 날 쇼 케이스를 보기 위해 아리아케에 길게 장사진을 친 일본 팬들은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였다. 보통 한국의 경우 걸그룹에게는 남성팬이 주류를 이루는데 반해 일본 쇼 케이스는 80% 가량이 여성팬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였다. 이 차이는 소녀시대의 각종 무대의상을 똑같이 갖춰 입고 나온 코스프레 그룹들로 더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이는 소녀시대가 일본에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서 어필한 것이 적중해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아이돌 오타쿠 대상이 아닌 일본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 아티스트로 일단의 이미지를 심었다고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일본 활동이 전개됨에 따라 남성팬의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이미 형성된 여성들의 높은 관심은 향후 일본 내 소녀시대 활동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쇼케이스가 열린 아리아케 콜로세움 주변은 소녀시대 코스프레로 뒤덮였다.

한편 이 날 소녀시대 쇼 케이스는 일본 취재열기도 뜨거웠는데, 이들 코스프레 그룹들은 방송과 트위터를 통해 공연 전부터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다. 특히 1회 쇼 케이스가 끝난 후 트위터를 달군 소녀시대 이슈는 트위터를 통해서 일본을 흥분시켰다. 트위터에는 “위험하다”는 표현이 무척 많았는데 소녀시대의 치명적인 매력 앞에 일본도 저항을 포기하게 된 듯싶다. 이런 반응은 혐한 대표 사이트인 2CH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소녀시대 일본 진출이 쇼 케이스 반응만큼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소녀시대 일본활동의 향방을 가늠할 싱글음반 초동판매가 첫 번째 관문이다. 진작부터 K-POP 주연이라고 치켜세워준 일본 언론의 소녀시대에 대한 기대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려야 하는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런 소녀시대를 긴장시키게 하는 것은 일본 데뷔 첫 싱글이 경쟁할 상대들이 막강하다. 적어도 최소 5만장 이상의 기록을 예상하는 음반만 4개 이상이 된다.

소녀시대 싱글이 발매되는 날 일본 남성 그룹 아라시가 싱글 앨범을 내놓는다. 일본판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 마츠모토 준이 소속된 아라시는 동방신기조차 넘지 못한 막강한 그룹으로 이들과 발매일이 겹친 소녀시대로서는 일단 1위 자리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 뒤로 또 하나의 복병인 일본 최고의 인기 아이돌그룹 AKB48의 유닛인 프렌치 키스가 데뷔앨범을 낸다.

▲ NHK가 톱뉴스로 내보낸 소녀시대 쇼케이스 반응

이들이 유닛으로는 처음 데뷔하는 것이라 따로 기록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이들의 모그룹인 AKB48이 50만장을 넘는 판매기록을 세우고 있어서 쉽지 않은 경쟁자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 외에도 최근에는 기세가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GLAY도 같은 날 42번째 싱글을 내놓고 애니메이션 케이온 20화 수록곡 음반도 이 날 판매를 시작한다.

소녀시대보다 앞서 일본에 진출한 카라가 오리콘 차트 주간 싱글 5위, 데일리 차트 5위에 올렸기 때문에 소녀시대로서는 그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없을 수 없다. 소녀시대가 이미 DVD를 2만 3천장의 판매고를 올려 심상치 않은 돌풍을 예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아라시의 폭풍우를 견디며 결코 만만치 않은 일본 내 강적들을 이겨낼 성적을 거둘 수 있는지가 앞으로 일본 내 활동의 방향을 정해줄 것이다.

그러나 쇼 케이스에 몰린 일본 여성팬들의 압도적인 비율은 소녀시대 일본진출의 청신호로 희망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문화 소비의 대세는 젊은 여성들이 주축을 이룬다는 점에서 남성팬이 아닌 여성팬이 주류를 이룬 소녀시대 일본반응이 확산된다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낙관적인 전망 속에 소녀시대 국내팬들은 벌써부터 도쿄돔 콘서트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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